스코다, 실용성 강조한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 O’ 공개
물리 버튼 부활과 압도적인 충전 속도로 기아 EV4와 격돌 예고
유럽 시장에서 ‘실용성의 대명사’로 통하는 스코다 옥타비아가 전기차로 화려한 변신을 예고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콘셉트카 ‘비전 O’는 내연기관 시절 옥타비아가 쌓아온 명성을 계승하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출시 시기와 차급이 겹치는 기아의 기대작 EV4와 정면 승부가 예상돼 국내 자동차 팬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주유소만큼 빠른 충전 속도 SSP 플랫폼의 위력
비전 O가 내세운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충전 속도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기반으로 설계된 이 차량은 800볼트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12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인 ‘충전 스트레스’를 내연기관 주유 시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단축시킨 혁신입니다. 기존 폭스바겐 그룹의 MEB 플랫폼을 훌쩍 뛰어넘는 성능이며, 현대차그룹의 자랑인 E-GMP 플랫폼보다도 수치상으로 앞선 속도를 예고하고 있어 기술 경쟁의 치열함을 짐작하게 합니다.
터치스크린 피로감 줄인 물리 버튼의 귀환
실내 디자인에서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거스르는 과감한 선택이 돋보입니다. 모든 기능을 대형 디스플레이 안으로 집어넣는 ‘터치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공조 장치와 오디오 등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핵심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따로 빼냈습니다. 주행 중 터치스크린 조작으로 인한 시선 분산과 피로감을 호소하던 운전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입니다.
물론 최신 전기차다운 면모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1.2미터에 달하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시원한 개방감과 첨단 이미지를 동시에 구현했습니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직관성을 절묘하게 배합한 이러한 구성은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스코다 브랜드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기아 EV4와 피할 수 없는 유럽 본토 대결
업계에서는 옥타비아 EV가 출시될 2028년 무렵, 유럽 C세그먼트(준중형) 전기 세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기아의 EV4입니다. 기아 EV4는 81.4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600km 이상 주행을 목표로 하며, 이미 생산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기아가 화려한 편의 사양과 검증된 전동화 기술을 앞세운다면, 스코다는 640리터에 달하는 광활한 적재 공간과 직관적인 조작성, 그리고 압도적인 충전 속도로 승부수를 띄웁니다. 두 모델 모두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핵심 모델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됩니다.
실용주의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 제시
비전 O는 단순히 제로백이 몇 초인지, 최고 속도가 얼마인지를 자랑하는 차가 아닙니다. 실제 운전자가 매일 겪는 충전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짐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으며, 운전 중 버튼을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되는 ‘생활 밀착형’ 전기차를 지향합니다.
테슬라가 주도해온 소프트웨어 중심의 화려함과는 결이 다릅니다. 유럽 소비자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실용성과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스코다의 전략이 전기차 시대에도 통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옥타비아 EV의 등장은 전기차 시장이 이제 ‘신기한 탈것’을 넘어 ‘더 편리한 이동수단’을 요구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합니다.
한편, 스코다는 체코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자동차 제조사로, 유럽 시장에서는 ‘가성비’와 ‘실용성’을 무기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입니다. 국내에는 정식 진출하지 않았지만,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현대차·기아와 가장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