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스만의 등장에도 KGM이 자신 있는 진짜 이유.
3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정통 픽업’의 저력은 무엇일까.
도심 한복판에서 픽업트럭을 마주치는 일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다. 과거 공사 현장의 상징과도 같았던 픽업트럭은 이제 주말 레저와 일상 출퇴근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KGM(구 쌍용자동차)이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타스만’ 출시를 예고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지만, KGM은 오히려 픽업 라인업을 ‘무쏘’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모델 정리를 넘어, 수십 년간 쌓아온 KGM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과연 KGM은 무엇을 믿고 이러한 승부수를 던진 것일까? 그 배경에는 확고한 정통성,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그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이 있다.
원조의 자부심, 프레임 바디의 가치
KGM의 뿌리는 상용차 제작에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승용과 SUV 중심으로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 속에서도 KGM은 묵묵히 프레임 바디 기반의 픽업트럭 개발을 이어왔다. 프레임 바디는 튼튼한 뼈대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으로, 험로 주행 시 차체 비틀림을 억제하고 무거운 짐을 실었을 때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러한 구조적 강점은 곧 ‘현장에서 검증된 차’라는 신뢰로 이어졌다. 무쏘와 렉스턴 스포츠로 이어지는 계보를 통해 일상 주행의 편안함과 작업 환경의 강인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는 단순한 상품성을 넘어 국내 소비자에게 픽업트럭의 활용 방식을 최초로 제시한 선구자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3천만 원대, 넘볼 수 없는 가격 장벽
국내 픽업 시장 확대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가격이다. 포드 레인저, 쉐보레 콜로라도 등 수입 픽업트럭이 7천만~8천만 원대를 형성하는 상황에서, KGM은 3천만~4천만 원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여기에 화물차로 분류되어 연간 자동차세가 저렴하다는 점은 유지비 부담을 덜어주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대형 SUV의 넓은 공간감은 원하지만 높은 세금과 유지비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에게 무쏘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최적의 대안이 된 것이다. ‘큰 차는 타고 싶지만 유지비는 줄이고 싶다’는 시장의 숨은 수요를 정확히 파고든 전략이었다.
미래를 향한 승부수, 무쏘 EV
전기차 시대의 도래에 발맞춰 KGM은 ‘무쏘 EV’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연기관 픽업의 단점으로 꼽히던 소음과 진동을 전기 모터로 해결하고, 외부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 기능을 탑재해 캠핑과 차박 등 아웃도어 활동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1회 충전 시 약 400km의 주행거리, 500kg의 적재 능력, 1.8톤에 달하는 견인 성능은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닌 실제 사용 환경을 철저히 고려한 결과물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국내 전기 픽업 시장에서 ‘무쏘 EV’는 후발 주자들이 따라와야 할 하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 타스만을 비롯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분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변수다. 그러나 오랜 시간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와 두터운 충성 고객층은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없는 KGM만의 강력한 무기다. ‘무쏘’라는 이름의 귀환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픽업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K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