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연비만 믿고 계약했다간 낭패 볼 수 있는 국산 대형차 3종. 오너들이 말하는 실제 연비는 어느 정도일까?
대배기량 엔진, 무거운 차체, 상시 4륜구동… 연비 하락을 부르는 구조적 특징과 해결책은 없을지 짚어본다.
3월, 완연한 봄기운에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 자동차 선택의 제1 기준은 단연 ‘연비’다. 문제는 카탈로그에 적힌 공인 연비와 실제 도로 위에서 체감하는 연비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국산 대형 모델들은 오너들 사이에서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며 원성을 사기도 한다. 거대한 **차체**, 강력한 **엔진**, 그리고 **구동 방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파헤쳐 본다. 도대체 왜 이 차들의 연료 게이지는 유독 빨리 떨어지는 것일까?
거대한 차체와 V6, 스타리아의 정직한 대가
현대 스타리아 3.5 가솔린 모델은 넓은 실내 공간이 최대 장점이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연료비로 치른다. 공인 복합 연비는 6.7km/ℓ 수준.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조건에서의 수치로, 실제 오너들의 체감 연비는 이를 크게 밑돈다.
가장 큰 원인은 3,500cc에 달하는 V6 자연흡기 엔진이다. 구조적으로 연료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버스처럼 각진 박스형 차체는 고속 주행 시 엄청난 공기 저항을 받아내며 연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된다. 짐을 가득 싣고 여러 사람이 탑승한 채 도심을 주행하면 실연비는 3~4km/ℓ대까지 곤두박질친다는 오너들의 경험담이 이를 증명한다. 넉넉한 공간을 얻는 대신, 주유소 방문 횟수도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품격의 무게, GV80의 숨겨진 비용
제네시스 GV80 3.5 가솔린 터보 AWD 모델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그 품격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공인 복합 연비는 7.7km/ℓ(22인치 휠 기준)지만, 이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2.2톤이 넘는 육중한 공차 중량과 380마력의 트윈 터보 엔진은 성능에 모든 것을 집중한 조합이다. 힘이 넘치는 만큼 연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여기에 상시 4륜 구동(AWD) 시스템까지 더해져 동력 손실이 발생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5km/ℓ 안팎의 처참한 연비를 경험했다는 후기가 주를 이룬다. 고급유 권장 사항은 리터당 단가 자체를 높여 유류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디젤이란 기대를 저버린 모하비
‘디젤 SUV는 연비가 좋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아 모하비 3.0 디젤 4WD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인 복합 연비는 9.1~9.4km/ℓ로, 요즘 출시되는 최신 4기통 디젤 SUV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임이 분명하다.
그 원인은 모하비가 여전히 고수하는 ‘프레임 온 바디’ 구조에 있다. 강인한 내구성과 뛰어난 견인 능력을 제공하지만, 뼈대 자체가 무거워 연비에는 치명적이다. 여기에 3.0리터 V6 디젤 엔진 역시 배기량에서 오는 한계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겨울철 예열이나 짧은 거리 주행이 잦은 환경에서는 실연비가 6km/ℓ대까지 떨어지기도 해 오너들의 불만을 산다.
숫자가 아닌 운전 환경을 보라
결국 스타리아는 대배기량과 차체, GV80은 고출력과 무게, 모하비는 프레임 구조라는 각기 다른 이유로 낮은 실연비를 기록한다. 공인 연비라는 숫자만 보고 덜컥 계약했다가는 매달 날아오는 카드값에 후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구매에 있어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주행 환경과 패턴, 즉 도심 주행이 많은지 고속 주행이 많은지, 주로 몇 명이 탑승하는지 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로 이어진다. 카탈로그의 숫자 한 줄보다, 차량의 전체적인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는 안목이 지갑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