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보급형 모델 ‘보이저’ 단종하고 ‘퍼시피카 LX’ 트림 신설.

2027년형 부분변경 모델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퍼시피카 - 출처 : 크라이슬러


따뜻한 3월, 가족 나들이용 차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북미 미니밴 시장의 전통 강자 크라이슬러가 주력 모델 ‘퍼시피카’의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새로운 얼굴을 공개한 것이다. 이번 개편은 라인업 재편, 파격적인 디자인 변경,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외관은 국내 시장의 ‘국민 아빠차’를 떠올리게 해 벌써부터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보급형은 안녕, 퍼시피카 LX로 승부수

크라이슬러는 먼저 ‘가성비’를 담당했던 보급형 미니밴 ‘보이저’의 단종을 공식화했다. 2020년 닷지 그랜드 카라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등장했던 모델이지만, 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 그 역할은 주력 모델인 ‘퍼시피카’의 새로운 기본 트림, ‘LX’가 이어받는다. 퍼시피카 LX는 사실상 이름만 바꾼 보이저의 후속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최신 페이스리프트 디자인 대신 기존 스타일을 유지해 가격 부담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전동 슬라이딩 도어, 열선 시트 및 스티어링 휠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핵심 편의 사양은 충실히 챙겨 패밀리카로서의 매력을 높였다.

퍼시피카 LX - 출처 : 크라이슬러

카니발 아니었어? 논란의 중심에 선 디자인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2027년형으로 거듭난 퍼시피카의 외관이다. 새로운 크라이슬러 윙 엠블럼과 함께 수직으로 길게 뻗은 LED 프로젝터 헤드램프, 조명이 포함된 프론트 그릴을 적용해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현지에서는 “기아 카니발과 너무 닮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수직형 헤드램프와 와이드한 그릴의 조합은 국내 미니밴 시장의 절대 강자, 카니발의 디자인 언어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글로벌 시장에서 카니발의 디자인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내는 최상위 ‘피나클’ 트림에 블루 아가베 나파 가죽과 구리색 장식을 추가하는 등 고급감을 한층 끌어올려 차별화를 꾀했다.

심장은 그대로, 가격은 더 합리적으로

퍼시피카 - 출처 : 크라이슬러


파워트레인은 검증된 3.6L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을 그대로 유지한다. 최고출력 287마력의 넉넉한 힘을 발휘하며, 3345달러를 추가하면 사륜구동(AWD)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어 겨울철 주행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뛰어난 연비로 주목받았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올해 초 단종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가격 정책은 오히려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신설된 LX 트림의 시작 가격은 배송비 포함 4만 3490달러(약 6,300만 원)로, 단종된 보이저보다 불과 100달러 인상된 수준이다. 최상위 트림의 경우 이전 모델보다 최대 1680달러(약 230만 원) 저렴해져 상품성을 높였다. 크라이슬러는 이번 라인업 개편을 통해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치열한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퍼시피카는 올여름부터 미국 딜러십을 통해 고객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카니발과 닮은 디자인과 탄탄한 기본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퍼시피카 - 출처 : 크라이슬러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