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ETRI와 손잡고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착수. 기존의 분리된 시스템을 넘어 하나의 AI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을 목표로 한다.
인간처럼 도로 상황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멀티모달 AI 기술 적용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따스한 3월,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KG 모빌리티(KGM)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야심 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도전의 핵심은 ‘엔드투엔드 AI’, ‘멀티모달’, 그리고 ‘산학연 협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과연 국산 기술로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까?
KGM은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율주행 전문기업 소디스와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는 엔드투엔드
이번 기술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엔드투엔드(End-to-End, E2E)’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나 센서가 정보를 ‘인지’하고, 별도의 프로세서가 상황을 ‘판단’하며, 또 다른 장치가 차량을 ‘제어’하는 단계별 구조였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각 단계에서 정보 손실이나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E2E 방식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인공지능(AI) 모델이 통합 처리한다. 마치 인간이 눈으로 도로를 보고 즉각적으로 뇌에서 판단해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동차가 주변 상황을 통째로 이해하고 주행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인간의 운전 감각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처럼 보고 맥락까지 읽는 AI
KGM은 여기에 최신 AI 트렌드인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을 더한다. 멀티모달 AI는 카메라가 포착하는 시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언어적 개념이나 도로의 전후 상황, 교통 표지판의 의미와 같은 맥락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췄다.
예를 들어,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과 주변 차량의 흐름, 경광등의 깜빡임 등을 동시에 인식해 단순히 차선을 바꾸는 것을 넘어 우회로를 예측하는 등 한 차원 높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복잡한 도심 주행이나 갑작스러운 악천후 상황에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국산 기술력의 총집합 성공 가능성은
이번 협력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국내 최고의 기술력이 한데 모였기 때문이다. KGM은 실제 차량과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제공하며, 국책 연구기관인 ETRI는 그동안 축적해 온 자율주행 관련 핵심 원천 기술을 투입한다.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 기업 소디스의 개발력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테슬라가 자체 데이터로 북미 환경에 최적화된 자율주행을 개발했다면, KGM 컨소시엄은 국내 도로 환경의 특수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지형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KGM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신기술 개발을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차량 개발 단계부터 고도화된 AI를 통합 적용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진정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를 열겠다는 KGM의 포부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