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내구 레이스 WEC 데뷔전 성공적으로 완주하며 잠재력 입증.
페라리, 토요타 등 쟁쟁한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제네시스 하이퍼카.
고요하던 서킷에 낯선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바로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제네시스가 데뷔전부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단순히 경기를 마친 것을 넘어, 오랜 강자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제네시스의 이야기는 철저한 준비, 대담한 질주,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과연 제네시스는 첫 무대에서 어떤 드라마를 썼을까.
이탈리아 서킷에 울려 퍼진 ‘코리안 파워’
최근 이탈리아 이몰라 서킷에서 열린 ‘2026 FIA 세계 내구 챔피언십(WEC)’ 2라운드 ‘이몰라 6시간’ 레이스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특히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의 시선은 한곳에 쏠렸다. 바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의 역사적인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WEC는 F1, WRC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꼽히는 최고 권위의 레이스다. 제네시스는 이 대회의 최상위 클래스인 ‘하이퍼카’ 클래스에 GMR-001 차량 두 대를 투입하며 야심 찬 도전을 시작했다.
저게 제네시스 페라리마저 추월한 순간
이번 레이스에는 페라리, 토요타, BMW, 포르쉐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8개의 글로벌 제조사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첫 출전인 제네시스에게는 완주조차 쉽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레이스 도중 제네시스 GMR-001 차량이 코너에서 페라리의 하이퍼카를 추월하는 장면은 이번 대회의 백미로 꼽힌다. 당시 페라리 드라이버가 팀 무전으로 놀라움을 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네시스의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종 성적은 #17 차량이 15위, #19 차량이 17위. 비록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두 대 모두 6시간의 혈투를 버티고 완주에 성공하며 데뷔전 목표를 100% 달성했다.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쾌거다.
2만 5000km, 땀으로 빚어낸 결실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데뷔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은 이번 대회를 위해 오랜 시간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 차량 개발부터 드라이버 구성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며 제조사 중심의 레이싱 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실전을 방불케 하는 트랙 테스트를 약 2만 5000km에 걸쳐 진행하며 차량의 내구성과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난이도 높기로 소문난 이몰라 서킷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차량 세팅을 최적화한 전략 역시 주효했다.
이제 시작, 다음 무대는 스파
제네시스의 이번 WEC 도전은 단순한 레이스 참가를 넘어,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는 ‘마그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마그마는 기술적 역량과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주는 고성능 모델 라인업으로, 이번 레이스에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는 향후 출시될 양산차에도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즉, 서킷 위에서의 질주가 도로 위 제네시스 차량의 진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는 데 성공한 제네시스는 이번 데뷔전을 통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다음 목표는 벨기에 스파-프랑코르샹 서킷에서 열리는 ‘스파 6시간 레이스’다.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제네시스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