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베일 벗은 C클래스 순수 전기차.
압도적 주행거리와 함께 삼성SDI·LG엔솔과의 협력까지 발표하며 전동화 전략의 핵심 거점임을 입증했다.
벤츠가 140년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 프리미어 무대로 한국을 택했다. 단순히 신차 한 대를 공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번 행사는 벤츠의 미래 전동화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명확히 보여주는 선언에 가까웠다.
상징적인 모델 ‘C클래스’의 전동화, 상식을 뛰어넘는 ‘주행 성능’, 그리고 국내 기업과의 ‘배터리 동맹’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 이유를 짚어본다. 벤츠는 왜 하필 지금, 서울이었을까?
140년 역사상 최초, 서울을 택한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20일, 서울에서 ‘디 올 뉴 일렉트릭 C클래스’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982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C클래스의 첫 순수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행사를 위해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한국은 향후 몇 년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핵심 시장”이라며 서울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하는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벤츠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혁신과 기술, 문화적 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거점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압도적 성능
신형 일렉트릭 C클래스의 핵심 경쟁력은 단연 전동화 성능이다. 1회 충전 시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최대 762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800볼트 고전압 아키텍처와 94kWh 용량의 신형 배터리를 탑재해 충전 속도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단 10분 충전만으로 325km를 달릴 수 있어,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였다. 또한 양방향 충전을 지원해 차량을 하나의 거대한 이동식 에너지 저장 장치(ESS)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주행 감각 역시 역대 가장 스포티한 C클래스를 표방한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과 최대 4.5도까지 꺾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은 민첩한 코너링과 놀랍도록 작은 회전 반경을 구현한다.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조화
외관은 쿠페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패스트백 실루엣이 특징이다. 1050개의 발광 도트로 이루어진 전면 그릴과 GT 스타일의 후면부는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완성한다.
실내는 기술적 진보가 집약된 공간이다. 옵션 사양인 39.1인치 MBUX 하이퍼스크린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각각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파노라마 루프 안쪽을 162개의 별처럼 빛나게 하는 스카이 컨트롤 기능은 감성적인 만족감을 더한다.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MB.OS)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주행, 충전 등 모든 기능을 통합 관리하며, 생성형 AI 기반의 가상 어시스턴트는 운전자와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한 신차 공개, 그 이상의 의미
이번 행사의 무게감은 신차 발표와 동시에 이뤄진 배터리 협력 발표에서 정점을 찍었다. 벤츠는 삼성SDI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탑재될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기존 협력 관계도 재확인했다.
완성차 업체가 특정 국가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동시에 해당 국가의 부품사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국이 벤츠의 전동화 전략에서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닌,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술 파트너이자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공식화한 셈이다.
국내 출시 일정과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디 올 뉴 일렉트릭 C클래스’의 서울 월드 프리미어는 벤츠의 미래와 한국의 위상을 동시에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