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탄소 부채 4위 기록한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 유지 위해 비장의 카드 꺼냈다

중국산 전기 SUV ‘일렉시오’ 투입으로 반전 모색, BYD·토요타와 경쟁 본격화

일렉시오 / 사진=현대자동차


호주 자동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롭게 도입된 신차효율표준(NVES) 첫 평가 결과, 현대차가 예상보다 심각한 ‘탄소 부채’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고성능 가솔린 모델과 SUV 중심의 라인업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강화된 규제, 앞서나가는 경쟁사, 포기할 수 없는 브랜드 정체성 사이에서 현대차는 어떤 묘수를 꺼내 들었을까.

가솔린 N의 역설, 팔수록 부담



현대차는 이번 평가에서 총 8만 4,563 크레딧의 CO₂ 배출 부채를 기록, 브랜드별 4위에 올랐다. 특히 싼타페 2.5 터보 가솔린 모델은 km당 212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2025년 기준치(141g/km)를 훌쩍 넘어섰다. i30 N(197g/km), 코나(184g/km) 등 팬덤이 두터운 고성능 모델들 역시 규제 앞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N 라인업 유지를 선언했다. 개빈 도널드슨 현대차 호주법인 COO는 “N 브랜드는 강력한 팬층과 브랜드 정체성을 가진 핵심 자산”이라며 판매 중단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는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음을 의미한다.

BYD와 토요타는 웃었다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경쟁사들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인 BYD는 무려 620만 크레딧의 흑자를 기록했고, 하이브리드 강자 토요타 역시 289만 크레딧을 확보했다. 이는 전동화 라인업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실적이 부진했던 점도 뼈아프다. 같은 기간 기아가 6,506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3위에 오른 반면, 현대차는 1,408대에 그치며 11위에 머물렀다. 구조적인 해결책 없이는 탄소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일렉시오



위기 상황에서 현대차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 SUV ‘일렉시오’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88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탑재, 1회 충전 시 WLTP 기준 546km의 준수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가격은 5만 9,990호주달러(약 5,400만 원)로 책정돼 아이오닉 5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27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양을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저렴하고 상품성 좋은 전기차를 대량 투입해 고성능 내연기관 모델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성공 여부가 N 브랜드 운명 좌우



문제는 규제가 앞으로 더욱 강해진다는 점이다. 2026년부터 NVES 기준은 117g/km로 한층 더 낮아진다. 현대차는 일렉시오의 성공적인 안착은 물론, 추가적인 엔트리급 전기차 투입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일렉시오가 현대차의 탄소 부채를 해결하고 N 브랜드의 명맥을 잇게 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호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