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판매량으로 1위를 질주하는 쏘렌토와 달리, 신형 싼타페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업계에서는 판매량 격차의 원인으로 ‘이것’을 지목하고 있다.
국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의 양대 산맥,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의 경쟁은 오랜 시간 당연한 구도로 여겨졌다. 비슷한 체급과 가격대를 무기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4월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무게추는 좀처럼 평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완전변경 모델까지 내놓은 싼타페가 어째서 쏘렌토의 독주를 지켜봐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판매 실적, 하이브리드 선호도, 그리고 엇갈린 디자인 평가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벌어진 격차,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지난달 국내 승용차 판매량 집계는 두 차량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쏘렌토는 8,976대를 판매하며 전체 1위에 오른 반면, 싼타페는 3,080대로 10위권 밖인 12위에 머물렀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싼타페는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판매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연간 누적 판매량으로 시야를 넓히면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쏘렌토는 2002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싼타페는 절반 수준인 5만 7천여 대에 그쳤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승부 가른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
최근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SUV 구매자들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단연 연비와 유지비다. 이러한 트렌드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차량은 쏘렌토(6만 9,862대)였다.
같은 기간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4만 3,064대가 팔렸다. 이제 하이브리드는 중형 SUV 시장에서 단순한 선택 사양이 아닌, 판매량을 견인하는 핵심 트림으로 자리 잡았다. 연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효율성이 곧 구매의 바로미터가 된 셈이다. 쏘렌토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이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린 주요 동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출발 다른 반응, 디자인 호불호
공교롭게도 두 모델은 2023년 8월, 같은 시기에 시장에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싼타페는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쏘렌토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사실상 동일한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형 싼타페는 각진 차체와 높은 후드 라인 등 과거 오프로더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면부의 ‘H’ 형상 주간주행등 역시 현대차의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내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후면부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테일램프가 지나치게 낮게 위치해 어색하다는 의견과 전체적인 비율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월 8,0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이 신차 출시 이후 5,000대 수준으로 주저앉은 데에는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쏘렌토는 기존의 성공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세련미를 더하는 안정적인 변화를 택했다. 튀지 않고 무난하다는 평가가 오히려 폭넓은 소비자층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싼타페의 반격 카드는 무엇일까
현재 시장의 판도는 쏘렌토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하지만 중형 SUV 시장은 여전히 국내 완성차 업계의 가장 중요한 격전지다. 쏘렌토가 10만 대 판매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세운 만큼, ‘원조 SUV 명가’ 싼타페 역시 반격의 기회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싼타페가 상품성 개선 모델을 조기에 투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논란이 된 후면 디자인을 일부 수정하고, 주행거리를 늘린 새로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추가하는 등의 카드가 거론된다. 이번 경쟁은 단순히 두 모델의 자존심 대결을 넘어, 국내 중형 SUV 시장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표다. 싼타페가 디자인 논란을 딛고 상품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