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은 3위지만 수익성은 세계 2위, 제네시스와 하이브리드 전략 통했다
미국 관세와 중국 시장 악재 속 폭스바겐은 주춤, 현대차그룹의 질주는 계속될까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익성 지표에서 독일의 강자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판매 대수로는 여전히 세계 3위지만, 내실을 의미하는 영업이익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업계는 현대차가 더 이상 ‘가성비’ 브랜드가 아닌, 수익성까지 갖춘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극적인 순위 변동은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 그리고 영리한 위기관리 능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었기에 거대한 폭스바겐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
숫자로 증명된 극적인 역전
지난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20조 5,46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은 약 15조 3,000억 원에 그쳤다. 매출 규모만 보면 폭스바겐(약 552조 원)이 현대차그룹(약 300조 원)의 두 배에 가깝지만, 실속은 현대차가 훨씬 잘 챙긴 셈이다.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률에서도 차이는 명확했다. 현대차그룹은 6.8%를 기록하며 업계 1위 토요타(8.6%)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했다.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현대차가 68원을 남길 때, 폭스바겐은 28원밖에 벌지 못했다는 뜻이다.
엇갈린 희비, 전략의 차이
폭스바겐의 부진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뼈아팠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 토막(-53.5%) 나며 체면을 구겼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 라인업이 북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수익성을 견인했다. 또한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딘 틈을 파고든 하이브리드 모델의 약진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재고 관리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충격도 최소화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올해 750만 대 목표, 질주는 계속될까
기세를 몰아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3.2% 높은 750만 8,300대로 설정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고 제네시스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해 수익성 방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반떼, 투싼 등 주력 모델의 신차 출시도 예정되어 있어 판매량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불안한 중동 정세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거센 도전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