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중국 샤오펑 기술로 신형 전기차 ‘ID.유닉스 08’ 양산 돌입. 730km 주행거리에 AI 자율주행까지 탑재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각 변동 속에서 현대차의 독자 노선이 재조명받는 이유.

ID.유닉스 08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계 2위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결국 중국의 손을 잡았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계를 인정하고 중국 스타트업의 기술을 전면 수용한 신형 전기차를 공개한 것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폭스바겐의 내부 실패, 중국 기술의 압도적인 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권력 이동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다. 이는 과연 독일 자동차 산업의 굴욕일까, 아니면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일까.

폭스바겐의 선택이 현대차그룹의 독자 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결국 시간과 돈 앞에 무릎 꿇다



ID.유닉스 08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폭스바겐은 2023년 7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에 약 1조 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리고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그 결과물인 ‘ID.유닉스 08’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통상 신차 개발에 4~5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비결은 중국의 현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데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의 전기차 아키텍처를 적용하면 개발 속도는 30%, 비용은 4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름만 폭스바겐, 심장은 중국산



ID.유닉스 08은 이름만 폭스바겐일 뿐, 핵심 역량은 샤오펑의 기술에서 나온다. 샤오펑의 차세대 전기차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800V 고전압 플랫폼, 스마트 콕핏 솔루션이 대거 탑재됐다. 전장 5000mm, 휠베이스 3030mm의 거대한 차체에 최대 95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중국 CLTC 기준 730km를 주행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자율주행 기술이다. 1500TOPS급 처리 능력을 갖춘 AI 칩을 내장해 주차부터 주행까지 인공지능이 상당 부분 관여한다. 이는 폭스바겐이 자체적으로 개발하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잘 만든 중국 전기차’에 폭스바겐 엠블럼만 붙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D.유닉스 08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폭스바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카리아드’와 자율주행 자회사 ‘아르고AI’의 실패 이후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것이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의 토요타는 BYD와 협력해 중국 전용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는 립모터와 손을 잡았다. 르노와 포드 역시 중국 업체와의 협력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전통의 강자들이 중국의 기술력 없이는 미래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독자 노선 걷는 현대차의 가치



전문가들은 현재 자체적인 전기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테슬라, GM, 그리고 현대차그룹을 꼽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독자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아이오닉 5, EV6 등 성공적인 모델을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여러 제조사가 중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 속에서, 현대차의 독자 노선은 더욱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은 현대차가 왜 그토록 독자 플랫폼 개발에 사활을 걸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