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320만 대 리콜 가능성 열고 조사 착수.
카메라만 의존하는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 로보택시 미래 전략까지 흔들린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FSD(Full Self-Driving)가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규제 당국이 320만 대에 달하는 대규모 리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카메라’에만 의존하는 기술적 한계, 결함 판정 시 발생할 막대한 ‘비용’, 그리고 테슬라의 미래를 책임질 ‘로보택시’ 전략에 미칠 파장이다. 과연 테슬라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를 증명할 수 있을까.
예고된 위험, 카메라의 한계 드러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테슬라 FSD에 대한 조사를 단순 예비 평가에서 ‘엔지니어링 분석’ 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잠재적 결함이 심각하다고 판단, 강제 리콜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NHTSA가 지적하는 문제는 명확하다. 카메라 기반 시스템이 강한 햇빛이나 안개, 먼지 등 시야가 방해받는 상황에서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시스템 스스로 이런 위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충돌 직전까지 운전자에게 적절한 경고조차 보내지 않은 사례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결함과 관련해 사망 1건을 포함한 총 9건의 충돌 사고가 보고됐으며, 조사 대상은 모델 S, X, 3, Y와 사이버트럭 등 사실상 테슬라의 모든 주력 차종이다.
비용 절감이 부른 참사, 테슬라 비전의 명암
이번 조사의 칼날은 일론 머스크 CEO가 주도한 ‘테슬라 비전’ 전략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테슬라는 2021년부터 비용 절감과 기술적 철학을 내세우며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를 과감히 제거했다. 오직 카메라만으로 인간의 눈처럼 주변 환경을 인식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글 웨이모 등 경쟁사들이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를 모두 활용하는 ‘센서 퓨전’ 방식으로 안정성을 높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만약 NHTSA가 카메라 단독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공식 인정할 경우,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단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넘어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하드웨어 교체나 보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보택시의 꿈마저 위협받다
FSD의 안전성 논란은 테슬라의 미래 사업 계획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머스크는 FSD 기술을 완성해 무인으로 운행하는 ‘로보택시’ 사업을 차세대 핵심 수익원으로 공언해왔다.
그러나 기술의 근간이 되는 카메라 시스템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술적, 법적 문제가 확정되면 서비스 출시는 기약 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에서도 FSD 성능에 불만을 품은 차주 100여 명이 집단 환불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이번 미국 당국의 결론은 전 세계 소비자 신뢰도와 법적 분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