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위 쉐보레 트랙스, 사실상 로봇이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비밀.
8800억 원 추가 투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GM 공장.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넓은 공간에 들어서면 익숙한 공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작업자 대신, 거대한 로봇 팔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불꽃을 튀긴다. 이곳이 바로 3년 연속 국내 자동차 수출 1위를 기록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생산 기지다. 이 놀라운 성과의 배경에는 ‘극한의 자동화’, ‘트랙스의 돌풍’, 그리고 ‘미래를 향한 투자’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이 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600대 로봇 군단, 오차를 모르는 정밀함
약 4만 8000㎡에 달하는 차체 공장은 거대한 로봇들의 무대다. 600대가 넘는 용접 로봇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 로봇들은 차량 한 대당 무려 3,650곳에 달하는 용접 포인트를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처리한다. 모든 공정이 100% 자동화로 이루어지기에, 현장을 관리하는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모든 차량이 동일한 고품질을 유지하게 하는 비결이다. 이는 GM의 글로벌 생산 기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수준의 자동화 기술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타이어 장착까지 로봇이, 진정한 스마트 팩토리
자동화의 혁신은 용접 공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조립 공정 역시 사람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과거 작업자들이 직접 들어 옮겨야 했던 15~20kg 무게의 무거운 타이어는 이제 로봇이 가뿐하게 들어 올려 장착한다.
더 나아가 일부 부품 조립 로봇은 스스로 부품이 부족한 상황을 인지하고 교체 신호를 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람이 직접 작업해야 하는 공정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작업자의 키에 맞춰 차량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이는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인체공학적 설계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스마트 팩토리’로 나아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북미 시장을 점령하다
이 최첨단 공장에서 탄생하는 핵심 모델이 바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다. 2023년 출시 이후, 트랙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한국GM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국내 승용차 누적 수출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기가 뜨겁다. 미국 소형 SUV 시장에서 점유율 27%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연간 26만 대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인근 마산항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트랙스 수천 대가 끝없이 늘어서 장관을 이룰 정도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8800억 투자, 철수설에 찍은 마침표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제너럴 모터스(GM) 본사는 한국 사업에 대한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발표된 8,800억 원 규모의 투자는 최신 프레스 설비 도입 등 창원공장의 생산라인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2022년에 단행된 9,000억 원 규모의 투자에 이은 것으로, GM이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수년간 시장을 떠돌던 ‘한국GM 철수설’은 이제 옛말이 됐다. 연이은 대규모 투자와 흑자 전환 성공은 한국이 GM의 핵심 글로벌 생산 거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로봇이 만들어낸 수출 신화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