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프로드 감성에 최신 전동화 기술을 결합한 닛산의 새로운 승부수
차박에 최적화된 설계와 V2L 기능까지, 국내 출시 가능성은?
최근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흥미롭다. 세련된 도심형 SUV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각지고 투박한 정통 SUV들이 속속 복귀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년의 침묵을 깬 전설적인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닛산의 ‘테라노’다.
닛산은 2026 베이징 모터쇼에서 ‘테라노 PHEV 콘셉트’를 공개하며 부활을 공식화했다. 단순히 과거의 이름을 되살리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번 신형 테라노의 성공은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달려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했는가, 강력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완성도, 그리고 가족 단위 소비자를 겨냥한 ‘공간 활용성’이다. 과연 테라노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과거의 헤리티지는 어떻게 재현됐나
디자인부터 심상치 않다. 신형 테라노는 과거 모델의 상징이었던 각진 실루엣과 단단한 차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렸다. 높은 지상고와 짧은 오버행은 어떤 길이든 자신 있게 달릴 수 있는 정통 오프로더의 DNA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야말로 강인한 인상이다.
물론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닛산 디자인팀은 공기역학적 설계를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세련된 LED 라이팅 시스템으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과거의 유산과 미래 기술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전동화 심장은 오프로드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핵심인 심장은 어떨까. 테라노는 닛산의 최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품었다. 이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잡는 전략이다.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고용량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유류비 절감과 친환경성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 차의 진가는 험로에서 드러난다. 강력한 내연기관 엔진이 힘을 보태고, 닛산의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 ‘e-4ORCE’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와 엔진의 꾸준한 힘이 결합되어 어떤 험난한 지형에서도 운전자에게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장한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공간 활용성
경쟁 모델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실내에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공간 그 자체에 있다. 2열 시트를 완전히 평평하게 접는 ‘풀 플랫’ 기능은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주목할 기능은 V2L(Vehicle to Load)이다. 차량의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와 다양한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주말마다 야외로 떠나는 가족이라면 V2L 기능 하나만으로도 구매를 고민할 만한 이유가 된다. 더 이상 무거운 보조 배터리나 발전기를 챙길 필요가 없다.
닛산은 콘셉트카 공개와 함께 1년 이내 양산형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초기에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지만, 북미와 한국 등 주요 시장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만 뒷받침된다면, 포드 에베레스트나 토요타 랜드크루저가 경쟁하는 정통 SUV 시장의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20년 만에 돌아온 전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