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의 상징이던 V8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품었다.

압도적 성능에도 불구하고 ‘벤츠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야심 차게 공개한 신형 AMG GT 4도어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AMG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 GT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냉랭하다.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V8 엔진의 부재, 파격적으로 변한 디자인, 그리고 ‘감성’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체 무엇이 오랜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을까.

가장 강력하지만, 가장 어색하다는 평가





논란의 핵심은 단연 파워트레인의 변화다. 신형 AMG GT는 내연기관을 완전히 걷어내고 순수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최고출력은 무려 1153마력에 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초 만에 도달하는 괴력을 뽐낸다. 수치만 보면 역대 가장 강력한 AMG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배기음 없는 AMG는 의미 없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벤츠는 V8 감성을 재현하기 위해 가상 배기음을 스피커로 구현하는 기능까지 탑재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심장을 울리는 진동과 포효가 사라진 자리를 숫자로만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벤츠 디자인, ‘테슬라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외관 디자인 역시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신형 모델은 공기저항계수 0.22cd라는 뛰어난 공력 성능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실루엣을 택했다. 기존 AMG 특유의 공격적이고 육중한 비율 대신, 매끈하게 다듬어진 라인이 차체를 감싼다.

문제는 이 디자인이 낯설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모델S를 보는 것 같다”, “중국 전기차 느낌이 난다”는 신랄한 비판까지 나온다. 특히 최근 벤츠 전기차 라인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얇은 테일램프 디자인은 개성을 잃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압도적 성능, 그러나 사라진 V8 감성



실내로 들어서면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화면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최고급 가죽과 카본, 메탈 소재로 마감한 품질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운전보다 화면 조작이 더 피곤하다”며 과도한 디지털화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한다.

물론 기술적인 진보는 눈부시다. 자체 개발한 106kWh 대용량 배터리는 60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 단 10분 충전으로 약 460km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 성능에도 불구하고, 기존 AMG 팬들이 원했던 ‘감성’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형 AMG GT는 성능만 보면 의심의 여지 없는 슈퍼카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며 “전동화 시대에 벤츠가 내놓을 새로운 해답을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