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 착수, 단순 차량 결함이 아닌 AI 소프트웨어 오류에 무게가 실린다.

자율주행 시대의 ‘안전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 / 사진=현대차


운전자 없는 택시가 도심을 누비는 미래.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듯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가 미국에서 16건의 추돌 사고에 연루되면서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표가 던져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차량 자체의 결함이 아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오작동 가능성에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칼끝은 과연 어디를 향하게 될까.

차는 멀쩡한데, 왜 사고가 끊이지 않았나



사고의 중심에는 텍사스주 댈러스와 오스틴에서 우버 플랫폼을 통해 운행 중이던 로보택시들이 있다. 교통 당국 보고에 따르면 이 차량들은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정지된 장애물을 피하지 못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였다. 총 16건의 사고 중에는 승객이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례도 포함되어 충격을 더했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 / 사진=현대차


다행히 이번 사고는 아이오닉 5의 기계적 결함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정황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파트너사의 소프트웨어(ADS)를 가리키고 있다. 첨단 센서와 라이다가 장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도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약 200대의 로보택시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 요원이 동승했지만, 갑작스러운 AI의 오류를 인간이 제때 바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위기



이번 조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자율주행 산업 전체에 경고등을 켰다. NHTSA의 조사가 미국 내 자율주행 규제 강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무인 택시 사업 확장을 노리는 구글의 웨이모(Waymo)나 ‘사이버캡’ 비전을 발표한 테슬라(Tesla)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 / 사진=현대차


규제 당국이 AI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방대하고 엄격한 누적 주행 데이터를 요구할 경우, 상용화 시점은 예상보다 크게 늦춰질 수 있다. 만약 내가 탄 로보택시가 갑자기 장애물로 돌진한다면 어떨까. 이처럼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불안감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무인 모빌리티 시장을 급격히 냉각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자사의 우수한 전기차가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인정받았지만, 파트너사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이번 사건은 기술 공급망 전반에 걸친 철저한 검증과 책임 소재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는 차량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복잡한 도로 위 변수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에 달려있다. 완성차 업체와 IT 기업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