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헤리티지를 잇는 정통 오프로더일까, 중국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전기 SUV일까.
2027년 출시 연기 발표에 소비자들의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는 이유.
KGM의 준중형 SUV 프로젝트 ‘KR10’을 둘러싼 안개가 짙어지고 있다. 과거 코란도의 부활을 알리며 국산 오프로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최근 2027년으로 출시가 연기되면서 프로젝트의 향방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지연을 넘어 코란도의 **헤리티지**를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것인지, 이번 **출시 연기**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치 않다. 과연 7년의 기다림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KR10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주목받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국내 시장에는 투싼이나 스포티지 같은 도심형 SUV는 넘쳐나지만, 과거 코란도처럼 정통 오프로드의 색채를 전면에 내세운 국산 준중형 SUV는 사실상 전무했다. KR10은 바로 그 빈틈을 파고들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2023년 서울 모빌리티 쇼에서 공개된 실물 크기 목업은 이런 기대에 불을 지폈다. 원형 헤드램프와 각진 실루엣, 높은 차체는 코란도의 고전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프 랭글러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어가려는 시도로 읽혔다. 국산 정통 오프로더를 기다리던 소비자라면 한 번쯤 KR10의 소식을 찾아봤을 것이다.
코란도 헤리티지 계승, 기대감은 왜 불안감으로 바뀌었나
뜨거웠던 관심과 달리, 이후의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양산형 모델의 테스트카 포착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고, 당초 2025년으로 예상됐던 출시 계획은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결국 KGM은 지난 포워드 행사에서 출시 시점을 2027년으로 공식화했다. 개발 취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6년이 넘는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의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란도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오랜 기다림이 맞물리며 기대는 점차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한 출시 연기 아닌, K10 플랫폼 전환설의 정체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KR10이 ‘K10’ 프로젝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단순한 이름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존 KR10은 1.5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염두에 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K10 전환설이 현실이 될 경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 BYD의 플랫폼과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단일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코란도 헤리티지를 잇는 국산 오프로더’라는 기존의 정체성은 희석되고, 전동화 시대에 맞춘 새로운 성격의 SUV로 재정의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완전히 다른 차를 기다리는 셈이다.
결국 KR10 논란의 핵심은 출시 여부가 아니다. 2027년에 나올 차가 과연 우리가 기다려온 ‘그 코란도’의 후속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원형 헤드램프와 박스형 차체가 상징하는 오프로드 감성을 품은 KR10일까, 아니면 중국 기술 기반의 전기 SUV인 K10일까.
물론 KGM 입장에선 전동화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전기차 단일 모델로 방향을 선회할 경우, 젊은 소비층을 공략할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코란도의 부활을 염원하던 기존 팬층의 상실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다. KGM이 어떤 공식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KR10은 코란도 역사의 빛나는 부활이 될 수도, 혹은 전동화 전환기의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