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성시대에 던진 마세라티의 역주행, 브랜드 정체성 되찾을까
단종됐던 두 플래그십,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지 관심 집중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가 의외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세단 라인업의 부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단종의 길을 걸었던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의 귀환 소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SUV 시대에 마세라티는 왜 다시 세단에 집중하는 것일까.
마세라티는 최근 열린 행사에서 향후 새로운 럭셔리 세단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세단 출시 계획에 대해 “대답은 절대적으로 ‘그렇다’(YES)”라고 못 박았다. 이는 사실상 2023년 생산이 종료된 기블리와 그 뒤를 따른 콰트로포르테의 후속 모델 출시를 예고한 것이다.
마세라티에게 세단은 단순한 판매 모델 그 이상이다. 브랜드 측은 “E세그먼트 세단 시장은 마세라티의 역사이자 정체성이 담긴 영역”이라고 강조하며, 고객들의 지속적인 출시 요구가 있었음을 밝혔다. 그동안 SUV인 그레칼레와 르반떼, 슈퍼카 MC20에 집중해왔지만,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던 세단의 부재는 오랜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SUV만 팔리는 시대, 왜 다시 세단 부활인가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모두가 SUV에 집중할 때 마세라티는 왜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을까. 이는 판매량을 넘어 브랜드의 상징성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벤츠의 S클래스, BMW의 7시리즈처럼 럭셔리 브랜드에게 플래그십 세단은 기술력과 헤리티지를 과시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실제로 마세라티 판매량의 상당 부분은 SUV가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각인시킨 것은 언제나 세단이었다. 마세라티는 SUV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가는 동시에, 세단 부활을 통해 브랜드의 뿌리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이는 ‘마세라티는 역시 세단’이라는 공식을 기억하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신호다.
돌아올 기블리·콰트로포르테, 이름만 같을까
아직 구체적인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후속 모델이 이름만 계승한 완전히 새로운 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전기 세단의 등장이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최신 기술이 집약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강력한 성능의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될 수도 있다. 과거 기블리는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와 경쟁했고 콰트로포르테는 S클래스급 플래그십 시장을 겨냥했다. 과거 마세라티 특유의 심장 울리는 배기음에 열광했던 운전자라면 이번 부활 소식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마세라티의 새로운 세단이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공식 발표만으로도 브랜드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SUV의 파도 속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지키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마세라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