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1000km 가는 차가 아니었다

포르쉐 정조준, 유럽 시장 공략 위해 꺼내든 비장의 무기들



중국산 전기차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실용차 이미지를 벗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영역을 정면으로 겨냥한 모델이 등장했다.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가 공개한 Z9 GT가 그 주인공이다.

이 차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다. 1000km가 넘는 압도적 주행거리, 상식을 뛰어넘는 섀시 기술,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를 앞세운 브랜드 전략이다. 이들의 조합은 더 이상 가성비가 아닌,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1000km 주행거리는 반쪽짜리 진실일 수 있다





숫자만 보면 입이 벌어진다. 덴자 Z9 GT 최상위 트림은 122kWh 용량의 블레이드 배터리 2.0을 탑재해 중국 CLTC 기준 1,036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기존 모델 대비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유럽 WLTP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800km 안팎으로 예상한다. 실제 고속 주행이나 겨울철 저온 환경에서는 주행거리가 더 짧아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전기차 중 최상위권의 주행 성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타이어가 터져도 안정적인 이유, 섀시에 답이 있다





덴자 Z9 GT의 진정한 가치는 주행거리보다 차체 제어 기술에서 드러난다. 트리플 모터 버전은 합산 출력이 약 1,140마력에 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초 이내에 도달한다.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다. 5.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놀랍다.

후륜 조향 시스템은 최대 20도까지 꺾여 최소 회전 반경을 4.62m로 줄였다. 좁은 주차 환경이나 골목길에서 운전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차체를 비스듬히 움직이는 ‘크랩 워크’ 기능까지 지원한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타이어가 파열된 위급 상황에서도 시속 140km로 안정적인 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007 배우를 내세운 브랜드 전략의 속내





기술력만으로 프리미엄 시장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덴자는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유럽 론칭 행사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동하는 오페라 하우스’라는 콘셉트에 맞춰 실내에는 돌비 애트모스 오디오 시스템과 마사지 시트를 적용했다. 전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였던 볼프강 에거가 빚어낸 디자인은 포르쉐 파나메라를 연상시킨다.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 경험으로 포르쉐와 벤츠가 지켜온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차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