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스만과 전혀 다른 고급화 전략, 성공 열쇠는 GV90·마그마 프로젝트에 달렸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출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과거 메르세데스-벤츠가 X클래스로 고배를 마셨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단순히 차량의 완성도에만 달려있지 않다.
제네시스의 고급화 전략과 맞물린 개발 우선순위, 그리고 그룹 전체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실제 양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벤츠도 실패한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
프리미엄 픽업트럭 시장은 럭셔리 브랜드에게 ‘계륵’과도 같았다. 2017년 벤츠가 선보인 X클래스는 높은 가격과 모호한 정체성으로 3년 만에 단종 수순을 밟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호주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제네시스 픽업트럭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며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제네시스가 구상하는 모델은 기존 싼타크루즈와는 결이 다르다. 2029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현대차의 차세대 프레임 바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정통 픽업트럭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공개했던 ‘볼더 콘셉트’에서 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기아 타스만과는 완전히 다른 고급화 전략
현대차그룹 내에는 이미 기아 타스만이라는 픽업트럭이 존재한다. 타스만은 디젤 엔진을 중심으로 실용성과 오프로드 성능을 내세운 모델이다. 레저 활동은 물론 상용차 수요까지 겨냥한 전천후 차량에 가깝다.
반면 제네시스 픽업트럭은 방향성이 명확히 구분된다. 최고급 소재와 첨단 편의 사양,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결합한 ‘럭셔리 픽업’을 지향한다. 그룹 내에서 타스만은 실용성을, 제네시스는 프리미엄을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셈이다.
GV90과 마그마, 개발 우선순위가 발목 잡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제네시스는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당장 오는 9월 공개될 플래그십 전기 SUV GV90과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 라인업 확대가 발등의 불이다.
GV70 마그마를 시작으로 내구레이스 기술을 접목한 슈퍼카 개발까지, 한정된 연구개발 자원이 여러 곳에 분산된 상황이다. 여기에 프리미엄 픽업트럭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개발 우선순위를 둘러싼 내부 조율이 불가피해졌다. 기술력보다 그룹 차원의 선택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프리미엄 픽업트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고급스러운 엠블럼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강력한 견인 능력과 적재 공간, 험로 주파 능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고급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까지 더해야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주말 레저용으로 수입 SUV와 제네시스 픽업트럭을 고민한다면, 선택 기준은 단순히 브랜드 가치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제네시스의 첫 픽업트럭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그룹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과 우선순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현실화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