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2천만 원 가까이 하락한 국산 대형 SUV,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신차급 옵션은 매력적이지만, 성능점검기록부만 믿고 샀다간 수리비 폭탄 맞을 수 있다.
2022년식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 최상위 트림이 중고차 시장에서 조용한 화두에 올랐다. 신차 가격이 개별소비세 3.5% 기준 5,069만 원에 달했지만, 2년 남짓 지난 지금 3천만 원대 초중반에 매물이 형성된 탓이다. 감가 폭이 크다 보니, 같은 예산으로 신차 하위 트림을 살지 중고 최상위 트림을 택할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단순히 연식과 주행거리가 늘어난 것 이상의 요인이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이 모델의 심장과 옵션 구성을 살펴보면 가격이 왜 이 지점까지 내려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히는지 알 수 있다.
가격은 내렸지만 연비는 그대로다
이목이 쏠린 매물은 3.8L V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kgf·m의 넉넉한 힘을 낸다. 정숙성과 부드러운 가속 질감은 오너들이 꼽는 대표적인 장점이다.
하지만 대배기량 엔진의 약점도 명확하다. 공인 복합연비는 9.0km/L 수준으로, 고유가 시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연식 변경과 주행거리 증가 외에 팰리세이드의 감가 폭을 키운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상위 트림의 가치는 옵션에서 드러난다
연비의 아쉬움에도 소비자들이 캘리그래피 트림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연 압도적인 편의·안전 사양 때문이다. 신차 가격 5천만 원이 넘는 최상위 모델답게 당시 적용 가능한 대부분의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는 물론,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까지 들어갔다.
실내는 퀼팅 나파가죽 시트와 스웨이드 내장재, 리얼 알루미늄 콘솔이 고급감을 더한다. 18방향으로 조절되는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와 3열 열선 및 파워 폴딩 기능은 패밀리카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신차 하위 트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사양을 절반 가까운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중고 팰리세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성능점검기록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도 분명하다. 특히 캘리그래피 트림처럼 전자제어 장비가 많은 차량일수록 중고 구매 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장 시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3열까지 가족을 태울 목적으로 이 차를 본다면, 3열 열선과 파워 폴딩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다. 딜러가 제시하는 성능점검기록부를 신뢰하되,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같은 고가 옵션은 실제 주행 테스트를 통해 잡음이나 작동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현명하다.
결국 가격 하락 폭이 큰 만큼 구매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단순 가격 비교를 넘어 사고 이력과 주요 옵션의 실제 작동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