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최초 F세그먼트 전기 SUV, 단순한 크기 경쟁이 아니다.
차세대 eM 플랫폼과 울산 신공장이 품은 진짜 야심은 따로 있었다.
초고가 SUV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이 가격이면 독일차’라는 공식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제네시스 GV90의 등장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덩치 큰 국산 전기 SUV가 아닌,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와 레인지로버 EV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V90은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F세그먼트 플래그십 전기 SUV다. 2026년 9월 9일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예상 가격은 1억 원 중반에서 최고 2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표 뒤에는 차세대 플랫폼과 생산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고급화 전략을 넘어, 제네시스가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억 원 가격표가 붙은 진짜 이유
GV90의 높은 가치는 단순히 크기나 배터리 용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이 최초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전기차의 구조를 한 단계 발전시킨 설계다.
eM 플랫폼은 배터리 셀을 팩에 직접 통합하는 셀투팩(Cell-to-Pack) 기술과 모듈형 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100kWh 이상의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실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1회 충전 목표 주행거리 역시 500km 이상으로, 실용성까지 잡겠다는 의도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여기는 소비자라면, 하드웨어보다 플랫폼의 변화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커넥트 W’까지 처음 탑재되는 만큼, GV90은 제네시스의 기술적 분기점이 될 모델이다.
코치도어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배경
최상위 트림에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코치도어’는 GV90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앙 기둥(B필러) 없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는 이 방식은 롤스로이스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다.
코치도어는 개방감과 고급감은 뛰어나지만, 차체 강성과 정숙성을 확보하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제네시스가 관련 다층 도어 실링 구조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이 단순한 콘셉트가 아닌 실제 양산을 염두에 둔 것임이 드러났다. 기술적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생산 기반에서도 확인된다. GV90은 약 2조 원이 투입된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차량이다. 연간 2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최첨단 시설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브랜드의 역량을 총동원해 최고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결국 GV90을 구매한다는 것은 최신 기술 플랫폼과 국산 플래그십의 정점을 경험하는 선택이다. 물론 브랜드 헤리티지와 상징성을 중시한다면 독일이나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가 여전히 강력한 대안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번 모델을 통해 브랜드의 한계를 시험하고, 하이엔드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