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모델보다 10cm 길어진 차체, 7인승 공간 활용성 집중 분석
800V 초급속 충전과 넉넉한 주행거리, 전기차로서의 기본기는 충분
7인승 전기 SUV를 찾는 일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대부분 차체가 부담스러운 대형 모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기아 EV9이나 볼보 EX90 같은 차들은 분명 훌륭하지만, 좁은 골목이나 낡은 주차장에서 운전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이 둘을 태우고 가끔 부모님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다. 바로 이런 수요를 겨냥해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다. 7인승 구성을 갖추면서도 도심 주행에 부담 없는 크기를 유지한 신형 GLB 전기차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이 차는 명확한 장점과 함께 구매 전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벤츠의 삼각별 로고를 잠시 잊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차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0cm 길어진 차체에 쏠린 기대와 현실
풀체인지된 신형 GLB는 기존보다 길이가 약 10cm 늘어나 4.73m에 달한다. 전기차 전용 M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돼 실내 공간을 제약하던 센터 터널이 사라지고 2열 바닥이 평평해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덕분에 실내 공간의 개방감은 확실히 개선됐다.
가장 큰 관심사인 3열 공간의 실용성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인 7명이 모두 편안하게 장거리 이동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2열 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당겨야 성인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수준으로, 3열은 어린 자녀를 태우거나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유용한 보조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신 3열을 접었을 때의 활용성은 뛰어나다. 540리터에 달하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확보되며, 보닛 아래 프렁크에도 기내용 캐리어 2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간다. 가족 캠핑이나 여행용 짐을 싣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벤츠답지 않은 디자인에 호불호 갈리는 이유
외관은 기존 벤츠의 절제된 멋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그릴 자리를 대신한 패널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삼각별 로고 무늬가 94개나 촘촘히 박혀 있다. 야간에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취향에 따라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문을 열고 닫을 때 나는 독특한 효과음도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들릴 법한 ‘아쿠스틱 락’ 사운드는 처음 접하면 다소 당황스럽다. 다행히 이 기능은 설정에서 비활성화할 수 있어 큰 단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내 디자인은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와 입체적인 송풍구 디자인으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체적인 소재의 질감이나 마감은 역시 벤츠답게 고급스러운 감성을 충족시킨다.
주행 성능과 충전, 패밀리카 본분에 충실했다
주행 질감은 가족을 위한 차의 정석을 보여준다. 가속 페달이나 스티어링 휠이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 운전자의 의도를 부드럽게 반영해 동승자의 멀미를 줄이고 편안함을 우선한다. 후륜구동(268마력)과 사륜구동(349마력) 두 가지 모델로 운영되며, 일상 주행에서는 어떤 모델을 선택해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전기차로서의 기본기도 탄탄하다. 85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최대 61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해외 매체의 실주행 테스트 결과, 에어컨을 강하게 켠 여름철에도 1kWh당 5.8km의 높은 전비를 기록하며 약 480km 이상 주행 가능한 효율을 입증했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한 점도 강점이다. 덕분에 350kW급 초급속 충전기 사용 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약 22분이면 충분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 다음 목적지까지 갈 주행거리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