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오류로 우연히 유출된 개발자 전용 메뉴.
승객은 절대 쓸 수 없는 이 기능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테슬라가 운전대와 페달을 모두 없앤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했을 때,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과연 비상 상황에서 이 차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물리적 조작 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스템 오류라도 발생하면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발생한 우연한 해프닝 하나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 탑승객의 차량에서 발생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테슬라가 숨겨왔던 비상 제어 시스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이다.
소프트웨어 오류가 뜻밖의 단서를 남겼다
오스틴에서 사이버캡에 탑승한 한 승객은 차량 시스템이 정상적인 주행 모드로 진입하지 않는 현상을 겪었다. 대신 화면에는 개발자 전용 비공개 메뉴가 나타나는 버그가 발생했다. 놀랍게도 디스플레이 좌측 하단에는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가상 조이스틱’ 인터페이스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 조이스틱은 터치스크린 위에서 손가락으로 끌어 차량의 전후진, 조향, 제동까지 모두 제어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기심이 생긴 승객이 조이스틱을 직접 조작해 봤지만, 차량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상 조이스틱은 누구를 위한 기능인가
승객의 임의 조작이 차단된 것은 당연한 안전 조치다. 만약 주행 중인 승객이 실수로 화면을 건드려 차량 제어에 개입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능은 일반 승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업계에서는 이 가상 조이스틱이 화재나 사고 발생 시 구조대원이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서비스센터 직원이 정비를 위해 정밀하게 차를 움직여야 할 때 사용하는 비상용 제어 수단으로 보고 있다.
물리적 부품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비상시 최소한의 기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게임패드에서 시작된 원격 조종의 역사
사실 사이버캡이 외부 장치로 제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지난 2024년 12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피터슨 박물관에 전시된 차량을 테슬라 엔지니어가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는 사이버트럭과 마찬가지로 기계적 연결 없이 전기 신호로 바퀴를 제어하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임시 스티어링 휠 장착, 게임패드 조종 등 여러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터치스크린 기반의 비상 제어 시스템으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상 제어 및 보안 시스템의 섬세한 설계는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