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록 132km 경신한 기네스 공인 기록, 비결은 배터리 크기가 아니었다

단순한 배터리 용량 경쟁이 아닌 ‘효율’ 싸움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배터리’라는 기존 공식 대신 ‘효율’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들고나온 제조사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단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를 달려 세계 기록을 새로 썼다.

주인공은 아우디의 신형 전기차 ‘A6 e-트론’이다. 이 차량은 1회 충전으로 830마일, 약 1,338km를 연속 주행하는 데 성공하며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랐다. 기존 양산 전기차 최장 주행 기록을 132km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그동안 주행거리 경쟁에서 앞서 있던 테슬라나 루시드 등 경쟁사들을 모두 제치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기록은 이상적인 시험 조건이 아닌, 기네스 공식 심사 절차를 거친 실측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338km 주행의 비밀은 배터리가 아니었다



이번 기록의 핵심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키운 결과가 아니었다. A6 e-트론에 탑재된 배터리는 100kWh 수준이지만, 아우디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했다. 양산 세단 중 최고 수준인 공기저항계수 0.21Cd를 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된 특수 에어로 휠까지 더해 주행 중 발생하는 저항을 극한으로 줄였다. 여기에 포르쉐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800V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시스템이 더해졌다.



이 고전압 시스템은 빠른 충전 속도뿐만 아니라 전력 관리 효율성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결국 최적화된 공력 설계와 고효율 전력 관리 기술이 대용량 배터리와 시너지를 내면서 세계 신기록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전기차 시장, 크기에서 효율 경쟁으로 바뀐다



아우디의 이번 성과는 전기차 업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무작정 배터리를 키워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제는 효율 극대화가 더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실측 데이터로 입증했다.

물론 기네스 기록 도전은 최적의 조건에서 정속 주행으로 진행되는 만큼, 일반 소비자가 실제 도로에서 동일한 수치를 경험하기는 어렵다. 만약 내 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날씨나 교통상황에 따라 주행거리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기록은 전기차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배터리 크기 경쟁에서 효율 경쟁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