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주디’와 ‘닉’, 연말 극장가 압도적 1위 등극
기대 모았던 한국 거장들 신작은 줄줄이 흥행 쓴맛… 외화 강세 뚜렷
디즈니의 야심작 ‘주토피아 2’가 연말 극장가를 집어삼키며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6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신작마저 뛰어넘는 압도적인 흥행세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토피아 2’는 개봉 이후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며 전날 누적 관객 수 608만 6893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2025년 개봉한 영화 중 유일하게 6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9년 만의 귀환 다시 한번 통했다
‘주토피아 2’의 흥행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와 함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2016년 개봉해 471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 ‘주토피아’ 신드롬을 일으켰던 1편의 인기가 9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2편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작품은 경찰이 된 토끼 ‘주디’와 여우 ‘닉’이 100년 만에 주토피아에 등장한 의문의 파충류 ‘게리 더 스네이크’를 추적하는 모험을 그린다. 전편에서 보여준 두 주인공의 변함없는 케미스트리와 함께, 파충류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한층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평단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성장하는 주디와 닉의 서사는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새로운 캐릭터들이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거장들의 눈물 외화에 밀린 韓영화
반면 올해 국내 극장가는 유독 한국 영화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세계적인 거장으로 꼽히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신작마저 흥행에서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의 SF 대작 ‘미키 17’은 301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역시 294만 명을 동원하며 300만 관객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작품 모두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연출과 철학적인 주제가 대중적인 공감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나마 웹툰 원작의 ‘좀비딸’이 563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주토피아 2’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5년 박스오피스 1, 2위는 각각 ‘주토피아 2’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68만명)’이 차지하며 외화의 강세를 증명했다.
디즈니 불패 신화는 계속된다
‘주토피아 2’의 성공으로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흥행사 역시 새롭게 쓰였다. 이번 기록으로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누적 관객 수 5위에 오른 ‘주토피아 2’ 덕분에 상위 1~5위가 모두 디즈니·픽사 작품으로 채워졌다. ‘겨울왕국 2(1376만명)’, ‘겨울왕국(1032만명)’, ‘인사이드 아웃 2(879만명)’, ‘엘리멘탈(724만명)’에 이어 ‘주토피아 2’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막강한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셈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