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제작진의 뒤늦은 후회, 배우들까지 사과에 나섰다
드라마 흥행에 준비했던 축제까지 취소… 촬영지 지자체도 결국 등을 돌렸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설정 아래, 평민 신분의 성희주(아이유)와 왕자 이안대군(변우석)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방영 초반부터 신선한 설정과 주연 배우들의 호흡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고증 오류와 미흡한 연출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제작진은 종영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제가 무지했다” 감독은 왜 눈물까지 보였나
논란의 중심에서 박준화 감독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그는 종영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판단 착오와 실수를 범한 제 연출 책임이 가장 크다”며 입을 열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박 감독은 “판타지다 보니 현실과 다르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제작진 입장에서 그런 부분을 놓친 것 자체가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드린 일”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이 먼저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주어진 대본에 최선을 다한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연출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토로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던 고증 문제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을까.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것은 11회에 등장한 장면이다. 신하들이 왕을 향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에서 쓰던 ‘천세’를 외친 것이다. 왕이 쓴 관 역시 자주국 황제의 십이면류관이 아닌, 제후가 쓰던 구류면류관이었다는 점도 지적됐다.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이를 두고 “중국 동북공정의 논리를 한국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 역시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 억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왜 몇십만 원으로 퉁치려 하나”라며 뼈있는 비판을 던졌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비판 여론은 드라마 안에서 그치지 않았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관광객 특수를 기대했던 촬영지에도 불똥이 튀었다. 전북 완주군 산하 완주문화관광재단은 촬영지인 소양면 일대 방문객이 늘자 ‘21세기 대군 스토리 투어’라는 관광 프로그램을 기획했다.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지자 재단은 결국 해당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했다. 재단 측은 SNS를 통해 “제기된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여 보다 신중한 방향으로 재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를 따라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하나의 드라마가 남긴 씁쓸한 상처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