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로 옷 만들어 입고 빅뱅 커버… 한 달 만에 구독자 200만 돌파
‘다른 선택지 없었다’… 아버지 잃고 생계 위해 뭉친 5형제의 눈물겨운 사연

중국 농촌 출신의 5형제가 K팝 그룹 빅뱅을 모방한 영상으로 온라인을 뒤흔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벵산 칼라카. 도우인 캡처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스스로를 ‘벵산 칼라카(Bengshan Kalaka)’라고 부르는 이들은 중국판 ‘농촌 빅뱅’으로 불리며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빅뱅의 히트곡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이프 유(If You)’ 등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마이크 대신 옥수수 흙바닥이 무대



이들의 주 무대는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스튜디오가 아닌, 윈난성 자오퉁시의 한 시골 마을이다. 멤버들은 명품 의상 대신 검은 비닐봉지로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마이크 대신 손에는 옥수수나 나뭇가지를 쥐고 노래한다.

무대 장치 역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기 삼륜차와 옥수숫대 등으로 꾸며졌다. 심지어 공연 도중 닭, 오리, 거위 등 가축들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잠시 퍼포먼스를 중단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꾸밈없는 이들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벵산 칼라카. 도우인 캡처


이처럼 소박하고 진솔한 영상은 중국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벵산 칼라카’는 활동 시작 한 달 만에 소셜미디어(SNS) 구독자 2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판타스틱 베이비’와 ‘뱅뱅뱅(BANG BANG BANG)’ 커버 영상은 각각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라이브 방송에는 최대 30만 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웬만한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진정성과 열정으로 사로잡은 200만 팬심



현지 누리꾼들은 이들의 인기 요인으로 ‘진정성’과 ‘겸손함’을 꼽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설퍼 보이지만 한국어 발음이 거의 완벽하고 춤 실력도 대단하다”, “겉모습은 우스꽝스러워도 표정 연기와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에 반했다” 등 칭찬이 쏟아졌다.

SCMP는 “이들은 화려한 K팝 산업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 있지만, 빅뱅이 가진 ‘영혼’을 포착해냈다”고 호평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는 “정형화된 아이돌에 피로감을 느끼던 대중에게 날것 그대로의 매력과 진정성이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벵산 칼라카. 도우인 캡처


지드래곤 역할 장남의 눈물겨운 사연



그룹을 이끄는 장남 관헝은 팀 내에서 ‘지드래곤’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메이크업부터 편곡, 심지어 한국어까지 독학하며 그룹의 중심을 잡고 있다.

과거 바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5년 전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이발사와 건설 현장 노동자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최근 고향으로 돌아와 동생들과 함께 그룹을 결성했다.

관헝은 한 인터뷰에서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인터넷 스타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려운 형편 때문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나머지 4형제 역시 막냇동생의 학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고 생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