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끝없는 법적 분쟁…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빗댄 자신의 처지
“뉴진스는 다섯일 때 완성”… 소송 패소한 멤버들 향한 메시지까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의미심장한 책 표지 하나를 올리며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나긴 법적 분쟁 속, 그가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민 전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 속에는 197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책 표지가 담겨 있었다. 이 행동은 즉각 온라인 커뮤니티와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허위 보도에 파괴된 개인의 명예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한 개인의 삶이 선정적인 언론 보도와 무책임한 군중 심리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던 여성 ‘카타리나 블룸’이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뒤, 언론에 의해 살인범의 연인이자 테러리스트 공조자로 낙인찍히는 과정을 그린다.
책의 부제인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는 작품의 핵심을 관통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왜곡 보도가 한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민 전 대표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 작품에 빗대어 심경을 토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이브와 끝나지 않는 갈등의 본질
민 전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모회사 하이브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며 감사에 착수하고 그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의 신인 걸그룹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표절한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자신을 해임하려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맞섰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현재 주주 간 계약 해지, 풋옵션 매매대금 청구 등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과 쏘스뮤직도 민 전 대표를 상대로 각각 약 20억 원, 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 전 대표는 두 레이블이 뉴진스의 성공 공식을 무단으로 차용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뉴진스 향한 변함없는 애정
최근에는 민 전 대표와 함께 어도어를 떠나겠다고 밝혔던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패소했다. 멤버들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는 민감한 시기에 민 전 대표는 “뉴진스는 다섯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불필요한 분란과 해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멤버들을 향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외부의 억측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민희진 전 대표의 이번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자신을 향한 여론이 왜곡되어 있으며, 진실이 아닌 자극적인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항변으로 보인다”며 “법적 분쟁과는 별개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