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 나와서 왜 그런 역할만 하냐” 동문들 욕할까 두려웠던 과거 고백
63년 만에 찾은 모교 숙명여대에서 끝내 눈물 쏟은 사연은?

사진=유튜브 ‘전원주인공’ 캡처


배우 전원주가 60여 년 만에 모교인 숙명여자대학교를 찾아 그동안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6일 전원주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는 ‘63년 만에 최초 공개. 교사 출신 전원주 숙명여대 성적표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전원주는 숙명여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고백했다.

전원주는 “내가 여기(숙명여대) 나온 걸 아무도 안 믿는다. 맨날 식모 역만 맡다 보니 다들 ‘고등학교도 안 나왔을 텐데’라고 하더라”라며 “대학교를 나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모교 방문 이유를 밝혔다.

사진=유튜브 ‘전원주인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학 동문들이 욕할까 봐 63년간 숨겨온 비밀



전원주는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1963년 성우로 데뷔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감초 역할로 활약했지만, 유독 식모나 가정부 같은 소시민적 역할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그녀는 대학 졸업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옛날에는 학교 나왔다는 것을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못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좋은 대학 나와서 왜 그런 역할만 하냐’면서 졸업생들이 욕할까 봐 그랬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였다. 힘들 때마다 몰래 모교를 찾아 위로를 받곤 했다는 그녀의 고백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꿈은 교사 짠했던 학창 시절



전원주는 힘들었던 대학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흙길이었다.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나는 돈이 아까우니까 매일 걸어 올라갔다”고 말했다. 당시 여성이 대학에 가는 것이 흔치 않았던 시절, 어머니는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딸이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학에 보냈다고 한다.

전원주는 “우리 엄마는 내가 얼굴 안되고 키가 작으니까 선생 만들려고 보낸 거였다”며 “당시 숙명여대가 신붓감 후보 1등이었다”고 덧붙였다. 덕성여고 재학 시절 단 두 명만 대학에 진학했을 정도로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였지만, 배우가 된 후에는 오히려 족쇄가 된 셈이다.

이날 제작진은 전원주를 위해 숙명여대의 마스코트인 ‘눈송이’ 키링을 선물하며 그를 위로했다. 전원주는 시장에서 만 원 주고 샀다는 가방을 보여주며 “며느리들이 생일날 명품 가방을 선물했는데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면서 “숙대 졸업생 전원주는 인색하지만 떳떳하게 산다”고 말해 특유의 소탈한 매력을 드러냈다.

한편, 모교 방문을 기념해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은 전원주는 C와 D가 가득한 성적표가 공개되자 “몇십 년 전인데 어떻게 다 나오냐. 거짓말 못 하겠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