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재단사에서 탄광촌 일꾼 전전… 기구한 인생사 고백
병원서 만난 할머니 한마디에 40년 무속인 길 걷게 된 사연

사진=유튜브 ‘A급 장영란’ 캡처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을 오컬트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영화 ‘파묘’. 영화 속 굿 장면의 자문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배우 김고은과 이도현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진 40년 경력의 무속인 고춘자가 그동안 감춰왔던 기구한 인생사를 공개해 화제다.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그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인 장영란의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는 ‘40년 경력 한국 1등 무당이 장영란 신점 보다 오열한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영상에서는 신년 운세를 보기 위해 고춘자의 신당을 찾은 장영란의 모습이 그려졌다.

재단사에서 탄광 일꾼으로, 그리고 시한부 선고



이날 고춘자는 화려한 경력 뒤에 숨겨진 굴곡진 과거를 덤덤하게 털어놨다. 그는 처음부터 무속인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춘자는 “원래는 양복과 양장을 재단하던 기술자였다”며 평범한 삶을 살았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잘나가던 재단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는 거친 탄광 일까지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탄광에서의 고된 노동으로 인해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병원 검진 결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혈액암’ 판정이었다.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병실에서 만난 귀인, 운명을 바꾸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병실에서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옆 병상의 노인이었다. 고춘자는 “당시 같은 병실을 쓰던 할머니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대뜸 ‘무당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손쓸 수 없었던 상황에서 들려온 이 기묘한 조언은 고춘자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 길로 무속인을 찾아간 그는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이 단순한 육체의 질병이 아닌, 신이 부르는 병이라 불리는 ‘신병(神病)’임을 깨닫게 된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운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는 결국 신내림을 받기로 결심했다. 거짓말처럼 신내림을 받은 후 건강을 되찾았고, 이후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천만 영화 ‘파묘’의 숨은 주역



고춘자의 사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지난 2024년 개봉해 1,19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의 핵심 자문위원이었기 때문이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 ‘화림’ 역은 실제 고춘자의 며느리를, 이도현이 연기한 ‘봉길’ 역은 고춘자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관객들을 압도했던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고춘자의 지도 아래 완성됐다. 김고은은 촬영 전 고춘자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굿 동작과 경문을 익혔고, 고춘자 역시 현장에서 디테일한 코칭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김고은은 인터뷰를 통해 “선생님(고춘자)이 굿을 할 때의 표정과 몸짓을 그대로 전수해 주셔서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 무속인의 삶과 경험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셈이다.

이날 유튜브 영상에서 고춘자는 장영란의 신점을 보던 중 갑작스럽게 눈물을 쏟아내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장영란을 향해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 터진 부분이 있다”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고, 이에 장영란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고춘자의 인생 역전 드라마와 소름 돋는 점사 내용은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흥미를 넘어, 죽음 앞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낸 그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