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획사 낙방 딛고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할 뻔한 사연

데뷔 무대서 립밤 하나만 바르고 올라가 차트 휩쓴 비결은

사진= MBC ‘라디오스타’ 캡처


K팝 시장에서 데뷔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SM, YG와 같은 대형 기획사의 문턱을 넘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여기, 모두가 선망하는 곳의 문을 스스로 두드리고 낙방의 쓴맛까지 봤지만 기어코 정상에 오른 가수가 있다. 그의 데뷔 과정에는 간절한 ‘절박함’과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지난 6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가수 겸 배우 남규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하기까지 겪었던 파란만장한 비화를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섰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에게는 스무 살 무렵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대형 기획사 대표에게 직접 메모지 건넨 절박함, 결과는



사진= MBC ‘라디오스타’ 캡처


사실 그의 도전은 이번 방송에서 처음 공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한 예능에서 남규리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뒷골목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적처럼 카페를 찾은 이수만 당시 대표와 양현석 대표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를 직접 건네며 기회를 잡았다.

그의 절박함은 통했다. 양현석 대표에게 연락이 와 YG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돌아온 평가는 “연기자가 어울린다. 색깔이 안 맞는다”는 말이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비장하게 춤을 추며 가능성을 증명했고, “춤을 좀 추네?”라는 인정을 받으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한 통의 전화가 만든 반전



사진=남규리 인스타그램 캡처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되었지만 데뷔의 길은 멀었다. 시간은 흘러갔고, 스무 살이 된 남규리는 “이 나이에 가수를 못하면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그때, 그의 인생을 바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룹 ‘바이브’의 류재현이 “녹음실 와서 노래 한 소절만 불러보라”고 제안한 것이다.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른 그는 그 자리에서 그룹 ‘씨야’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당초 씨야는 실력파 ‘얼굴 없는 가수’로 기획됐으나, 남규리가 합류하며 얼굴을 공개하는 그룹으로 전략이 급히 수정됐다.

데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앨범 재킷 촬영 당시, 전문가의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소속사 대표가 “전부 화장하지 마”라고 지시한 것이다. 결국 멤버들은 데뷔 첫 방송 무대에 ‘노메이크업’ 상태로 올라야 했다. 남규리는 “그나마 내가 가진 체리 색깔 립밤 하나만 바르고 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맨얼굴로 무대에 섰지만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데뷔곡 ‘여인의 향기’는 발매 직후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씨야는 데뷔 단 40일 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 SG워너비’라는 별칭을 얻으며 실력과 비주얼을 모두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2006년 화려하게 데뷔한 씨야는 2011년 해체를 맞았지만, 지난 3월 데뷔 20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재결합 소식을 알리며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했다. 숱한 좌절 끝에 정상에 올랐던 그의 이야기가 다시금 회자되는 이유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