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동아방송 성우 시절, 입사 조건 어기고 몰래 아이 엄마로 활동

PD 호출까지 받았던 아찔한 순간, 그날의 폭로가 모든 걸 바꿨다

9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는 배우 사미자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JTBC 제공


따스한 5월 주말 저녁, 안방극장에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배우 김영옥, 사미자, 남능미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십 년 연기 인생의 비화를 풀어놓은 것이다. 특히 사미자가 공개한 한 일화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신인 시절 동료 배우 전원주 때문에 방송국에서 퇴출당할 뻔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앙금이 남았다는 그날의 사건,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미자는 동아방송 성우 1기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사실 방송국을 속이고 있었다. 당시 입사 조건이 ‘미혼자’였으나,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둔 엄마였던 것이다. 그는 “공고를 봤어도 모른 척했을 것”이라며 웃었지만, 비밀을 지키기 위한 하루하루는 살얼음판 같았다.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젖먹이 아기를 돌봐야 했던 사미자를 위해 친정어머니가 몰래 방송국으로 아이를 데려왔다. 사람이 없는 구석진 방에서 급하게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그 순간, 문이 열리고 동료 전원주가 들어왔다. 곱상한 처녀인 줄로만 알았던 동료가 아기에게 수유하는 장면은 전원주에게 큰 충격이었을 터다.

처녀 행세하며 입사, 전원주에게 들킨 결정적 장면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놀란 전원주가 밖으로 나가 동료들에게 “사미자가 안에서 아기 젖을 먹이고 있다”고 알린 것이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방송국 전체로 퍼져나갔고, 결국 사미자는 PD에게 호출을 받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구나’하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아기를 안고 PD 앞에 섰다. 직장 생활 중 동료에게 나만의 비밀을 들켰을 때의 아찔함을 떠올린다면, 사미자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될지도 모른다.

그는 “PD 선생님이 한숨만 푹 쉬시더니, 별말 없이 ‘내일 연습 나오라’고 하셨다”며 당시 자신을 감싸준 연출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천만다행으로 퇴출 위기는 넘겼지만, 전원주에 대한 서운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60년 세월을 관통하는 앙금으로 남았다.

아직도 화해 안 했다, 60년 이어진 앙금의 전말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MC 강호동이 “두 분 화해는 하셨냐”고 묻자, 사미자는 망설임 없이 “아직도 화해 안 됐다”고 단호하게 답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물론 세월이 흘러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지만, 당시의 서운함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사미자는 유쾌한 복수담도 덧붙였다. 훗날 한 드라마에서 전원주와 함께 연기하게 됐는데, 자신이 주인이고 전원주가 가사도우미 역할이었다. 전원주가 무거운 밥상을 들고 오다 힘들어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NG가 나자, “다시 가져오너라”라고 외치며 통쾌해했다는 일화를 전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료이기에 가능한, 유쾌하면서도 찡한 이야기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