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에 침입한 무자비한 강도단, 여자친구를 지키려던 특수요원의 처절한 사투

할리우드식 영웅주의는 없다, 주인공의 각성과 함께 시작되는 피의 복수극



5월의 주말,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콘텐츠를 찾는다면 이 인도 영화에 주목할 만하다. 영화 ‘킬(Kill)’은 단순한 킬링타임용 액션을 넘어선 경험을 안긴다. 좁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할리우드 공식을 비웃는 ‘클리셰 파괴’,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피칠갑’ 액션. 이 세 가지 요소가 만나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펼쳐낸다. 과연 주인공은 이 지옥 같은 열차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예상했던 할리우드식 전개는 없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영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영화 초반은 익숙한 공식을 따르는 듯 보인다. 특수부대원 암리트는 연인 툴리카가 원치 않는 약혼을 했다는 소식에 친구와 함께 그녀를 되찾으려 한다.
이들은 툴리카 가족이 탑승한 기차에 함께 오른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기차에 들이닥친 무자비한 강도단에 의해 산산조각 난다.





관객은 이제 특수부대원인 주인공이 강도들을 시원하게 제압하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심지어 구해야 할 대상인 연인 툴리카가 주인공의 눈앞에서 허무하게 살해당한다.
이 충격적인 순간, 영화의 제목 ‘KILL’이 화면에 떠오르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차 안을 가득 채우는 잔혹한 피칠갑 액션

주인공의 각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연인의 죽음 이후 암리트는 파괴의 신이 내린 듯 돌변한다. 이전까지 상대를 제압하는 데 그쳤던 그의 액션은 이제 오직 ‘살상’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는 40명의 강도를 상대로 52개의 무기가 동원되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특히 소화기로 머리를 부수고, 호스를 입에 넣어 분사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잔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강도단 역시 단순한 악당 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족으로 뭉친 이들은 동료가 죽자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주인공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이는 주인공과 악당 모두에게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명확한 동기를 부여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내 가족이 저렇게 당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서사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킬’은 단점을 압도하는 확실한 장점을 가진 영화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액션의 쾌감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복잡한 생각 없이 짜릿한 액션을 즐기고 싶다면, 넷플릭스에서 ‘킬’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