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직구’ 전설은 왜 도박에 빠졌나… “시즌이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는 고백
사기 혐의 항소심 감형 직후 밝힌 중독의 진짜 이유, 그리고 뒤늦은 후회
‘뱀직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이 법정에서 감형을 받은 직후, 도박에 대한 충격적인 고백과 후회를 털어놨다. 그의 고백은 강력한 중독의 기저에 있는 ‘도파민’과 야구 선수로서의 성공, 그리고 현재의 깊은 ‘후회’를 모두 관통했다.
사기 혐의 항소심 선고가 끝난 지난 23일, 임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간의 심경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선고 직후 공개를 결정한 영상에는 그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광주지법은 지인에게 빌린 도박자금 8000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심의 징역 8개월 실형에서 감형된 것이다. 재판부는 임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4000만원을 추가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
삼진보다 짜릿했던 도박의 도파민
그라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가 왜 도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임씨의 대답은 솔직했다. 그는 “야구장에서 삼진을 잡거나 세이브를 할 때의 도파민도 좋았지만,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도파민이 최고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쾌감은 너무도 강력했다. 심지어 “선수 시절에도 도박했던 기억 때문에 시즌이 빨리 끝나길 기다려졌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우연히 큰돈을 따면서 그 맛에 빠져들었다.
임씨는 “그 맛을 보게 되면 누구나 또 생각난다”며 자신의 경험을 반추했다. 이는 도박 중독의 위험성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는 “처음부터 아예 손을 안 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뒤늦은 후회 그리고 남은 꼬리표
한순간의 쾌락이 남긴 것은 무거운 꼬리표와 상처뿐이었다. 임씨는 “그만한 가치가 없는데 그 짧은 순간을 못 버텨낸 게 한심하다”며 자책했다. 그는 “은퇴하면 당연히 야구 쪽에서 일할 거라고 자신했는데,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의 도박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원정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에도 사기 및 상습도박 혐의로 여러 차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반복된 과오가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임씨는 “긴 시간 많이 반성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도박을 안 할 것”이라며 대중에게 사과했다. 이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후배들을 돕겠다”며 재기를 다짐했지만,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