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충무로의 민낯을 파헤치다…권력과 욕망, 그리고 여성들의 연대를 담은 시대의 자화상
‘벗지 않겠다’ 선언한 톱스타… 권력에 맞선 두 여배우
이야기의 포문은 9년간 충무로의 정상에 군림해 온 톱스타 정희란(이하늬)이 연다. 차기작 ‘애마부인’의 시나리오에 가득한 노출 신을 본 그녀는 “더 이상 몸으로 연기하지 않겠다”며 폭탄선언을 한다. 제작사 대표 구정호(진선규)는 곧바로 그녀를 조연으로 내리고 새 얼굴을 찾겠다며 맞선다.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신인 신주애(방효린)다. 오디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그녀는 신인 감독 곽인우(조현철)의 눈에 띄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첫 촬영 직후, 희란은 주애를 향해 “누구와 잠자리를 했느냐”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며 그녀의 자존심을 난도질한다. 충격에 휩싸여 현장을 떠났던 주애는 그러나, “나를 스타로 만들어 달라”는 더욱 당돌한 조건으로 돌아와 야만의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한다.
단순한 노출 그 이상, 1980년대 영화계 민낯을 그리다
‘애마’가 영리한 지점은 선정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그것을 둘러싼 산업의 민낯과 권력의 작동 방식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이 “그 시대의 야만성과 모순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산업과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현장극”이라고 밝혔듯, 작품은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1980년대 충무로에서 여성 배우들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희란은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도 신인 주애의 가능성을 질투하고 인정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보인다. 주애는 그저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고, 불안함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주체적인 배우로 성장해나간다. 갈등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의 공감과 연대로 발전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흥행 청신호?… 공개 직후 쏟아지는 전문가들의 극찬 세례
공식적인 흥행 지표가 발표되기도 전에,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미 뜨거운 호평이 쏟아져 나오며 ‘입소문’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흥행 청신호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한 유명 영화감독은 “야만의 시대에 맞서는 주체적 캐릭터들의 향연! 적나라하게 웃기고, 매혹적으로 뭉클한 똘끼 연대!”라고 극찬했으며,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폭압과 공포 속에서 버텨내는 배우들의 요절복통 코미디”라며 작품이 가진 유머와 풍자를 높이 평가했다.
동료 배우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한 중견 배우는 “이하늬 배우에게 다시 한번 반하게 되는 계기”라며 “센세이션한 두 여자의 워맨스가 중요한 관람 포인트”라고 전해 작품이 가진 여성 서사의 힘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에로틱 드라마가 아니라 1980년대 영화계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담은 수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마’는 단순한 숫자로 평가될 작품이 아니다. 시대의 어둠 속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고자 했던 두 여성의 대결과 연대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주체적인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