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평점 9점대·아카데미 후보까지
1865년 헌법 조항의 ‘예외’가 어떻게 현대의 대규모 감금으로 이어졌나
로튼토마토 97%, IMDb 8.2점,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후보. [와플릭스]가 주목한 작품은 에이바 듀버네이 감독의 ‘미국 수정헌법 제13조(13th)’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목 그대로 1865년 통과된 미국 헌법 조항을 다룬다. 역사 교과서 속 한 줄로 기억되는 ‘노예 해방’ 선언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조항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150년 전 조항이 낳은 비극
영화는 바로 이 ‘예외 조항’에 주목한다. 이 작은 구멍이 어떻게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형태만 바꾼 또 다른 억압의 시스템으로 작동했는지 100분의 러닝타임 내내 집요하게 파헤친다.
남북전쟁 직후 해방된 흑인들을 ‘경범죄’로 체포해 노동력을 착취하던 것에서부터, 짐 크로 법(인종 분리법), 닉슨의 ‘마약과의 전쟁’, 레이건 행정부의 강경책, 그리고 오늘날의 ‘교도소 산업 복합체(Prison-Industrial Complex)’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수정헌법 제13조’의 예외 조항과 연결되어 있음을 역사적 사실과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다.
“다큐가 스릴러보다 무섭다”
영화는 미국이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수감자의 25%를 보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수감자들 중 압도적인 비율이 유색인종, 특히 흑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통해 ‘범죄자’라는 낙인이 어떻게 현대판 노예제를 합법화하는 도구가 되었는지 고발한다.
왜 ‘지금’ 이 영화인가
한 영화 평론가 A씨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시스템적 차별이 얼마나 공고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라며 “단순히 바다 건너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권력과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이끈다”고 평가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다. 하지만 100분 뒤, 세상을 보는 방식이 이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 높은 평점과 비평가들의 찬사는 이 다큐가 가진 힘을 증명한다.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볼지 고민 중이라면,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