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뒤를 200번 돌리면 숙면 가능?” 실제 실험 결과가 알려주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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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서는 ‘하루 만에 잠드는 비법’, ‘수면 해킹’ 같은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그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틱톡에서 등장한 ‘귀 뒤 마사지 수면법(Ear Pressure Point Trick)’ 인데요, 귀 뒤의 특정 지점을 100~200번 돌리면 5분 안에 잠들 수 있다는 이 방법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불면증 해결 꿀팁”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미국의 한 기업에서 해당 영상을 실제로 7일간 실험해 그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안면(安眠)”이라는 귀 뒤 압박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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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영상에서 언급된 부위는 ‘안면(An Mian)’이라 불리는 한의학적 수면 지점입니다. 귀 뒤 뼈(유양돌기) 바로 아래의 작은 오목한 부분으로,이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눌러주면 신경계가 안정된다고 전해집니다.

이 방법을 소개한 미국 의사 존 핸슨(Josh Hanson) 박사는“이 지점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긴장 완화를 유도하며, 잠들기 어려운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이완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 속에서는 손가락으로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100~200번 가볍게 문지른다는 지침이 제시됩니다.

7일간의 실험, 실제 효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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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참여한 기자는 매일 밤 같은 시간대(밤 11시 전후)에 동일한 환경에서 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 1~2일차 (100회): 평균 잠드는 데 약 18분 걸림. 평소보다 약간 빠름.

- 3~4일차 (150회): 수면 진입 시간 약 11~12분으로 단축.

- 5~7일차 (200회 이상): 오히려 수면까지 25~30분 소요. 효과가 감소함.

즉, 적당한 자극(약 100~150회)일 때는 이완 효과가 나타났지만, 과도한 자극(200회 이상)은 오히려 긴장을 유발하거나 집중력을 높여 잠들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자는 “100회 정도에서 부드러운 이완감이 느껴졌고, 그 이상부터는 오히려 깨어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왜 적당한 압박이 도움이 될까?

귀 뒤의 ‘안면’ 부위에는 부교감신경과 연결된 신경 말단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자극하면 심박수가 느려지고, 체온이 약간 내려가며, ‘수면 준비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도 귀 주변을 중심으로 한 지압 자극이 불면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즉, 이 수면법은 단순한 “틱톡 트릭”이라기보다는 신체적 이완과 신경 안정에 기반한 ‘지압형 수면 유도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는 않는다

한편 이 방법이 만능은 아닙니다. 기자는 실험 중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습니다.

- 운동 후 피로가 누적된 날에는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남

- 카페인을 섭취하거나 밤늦게 스마트폰을 사용한 날에는 효과가 거의 없음

- 스트레스나 불안이 심한 날에는 압박 횟수와 상관없이 수면이 지연됨

즉, 귀 자극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수면의 질은 여전히 생활 습관, 스트레스 수준, 수면 환경에 크게 좌우됩니다. ‘압박점’ 자체보다는 수면 루틴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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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전문가들은 이 방법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음의 점을 함께 지키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 100~150회 사이로 부드럽게 자극할 것: 과도한 자극은 역효과를 낼 수 있음.

- 규칙적인 수면 루틴: 같은 시간에 불을 끄고, 전자기기 사용은 최소화.

- 환경 조절: 조명, 온도, 소음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

- 기저 질환 확인: 코골이, 수면무호흡, 불안장애 등이 있는 경우엔 전문가 상담 필요.

결국 귀 마사지 수면법은 “빠르게 잠드는 마법”이라기보다 “몸에게 이제 쉬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결론

귀 뒤 한 지점의 힘, 그러나 진짜 열쇠는 ‘습관’이다

틱톡의 ‘귀 압박 수면 트릭’은 완전히 허황된 방법은 아닙니다.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의 이완을 돕는 생리적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습관, 카페인, 스트레스, 수면 환경 같은 근본적인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방법만으로는 불면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몇 번을 문지르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이 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느냐입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