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머리로 잠들면 감기보다 더 조심해야 할 진짜 이유

사진 = unsplash.com
밤늦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든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젖은 머리로 자면 감기 걸린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세대라면, 괜히 찝찝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최근 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행동이 바로 감기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은, 감기는 체온이나 젖은 머리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주로 코나 입, 눈을 통해 몸에 들어오며,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 중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즉, 머리가 젖은 상태로 잤다고 해서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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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젖은 머리로 잠드는 습관은 두피 건강에는 분명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습한 환경은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두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비듬이나 피부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베개와 베갯잇 역시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운 공간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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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머리카락 손상이다. 머리카락은 젖었을 때 가장 약한 상태가 된다. 이때 뒤척이며 자거나 머리를 묶은 채 잠들면, 모발에 불필요한 긴장이 가해져 쉽게 끊어지거나 갈라질 수 있다. 아침에 유난히 엉킨 머리와 푸석한 느낌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젖은 머리로 잠들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가능한 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연 건조를 하거나, 약한 바람으로 살짝 말리는 것만으로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잠자기 전 가볍게 빗질해 엉킴을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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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컨디셔너를 사용하면 모발 표면을 부드럽게 감싸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코코넛 오일이 젖은 모발의 수분 흡수를 줄여 손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다만 두피 질환이 있다면 사용 전 주의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샤워 시간을 조금만 앞당기거나, 취침 전 루틴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젖은 머리로 잠들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완벽하게 말리지 못했더라도, 매일 반복되는 습관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젖은 머리로 잠든다고 해서 바로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습관이 지속될 경우 두피 환경 악화와 모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처럼 피로가 쌓이기 쉬운 시기일수록, 이 사소한 습관 하나가 몸보다 먼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