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수면 보조라고 믿었던 소리의 반전
전문가들이 말하는 ‘조용한 잠’의 중요성
잠을 돕는다고 믿은 이것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잠들기 전 백색소음이나 자연의 소리를 틀어두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실제로 성인 절반 가까이가 수면을 돕기 위해 각종 소음 앱이나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백색소음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알려진 핑크 노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습관이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깊은 잠과 렘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이 직접 실험한 수면 소음의 영향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Sleep에 게재됐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수면·생체리듬 연구팀이 주도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마티아스 바스너 박사는 “수십 년간 교통 소음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소리를 틀어두고 잔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21~41세의 건강한 성인 25명을 대상으로 7일 동안 수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소 수면 보조 소음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며, 실험 기간 동안 항공기 소음, 핑크 노이즈, 두 소음의 조합, 그리고 귀마개 사용 등 다양한 조건에서 잠을 잤습니다.
핑크 노이즈가 깊은 잠을 줄였다
더 주목할 점은 핑크 노이즈였습니다. 비교적 잔잔한 빗소리 수준인 50데시벨의 핑크 노이즈만 들은 경우에도, 감정 조절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렘수면 시간이 평균 19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핑크 노이즈와 항공기 소음을 함께 들었을 때는 각성 시간이 늘고,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가장 나쁘게 평가됐습니다.
왜 ‘자연스러운 소리’가 문제일까
또 다른 신경과 전문의이자 수면의학 의사 크리스토퍼 윈터 는 “백색소음, 핑크 노이즈, 브라운 노이즈 중 무엇이 더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수면 환경은 침묵”이라고 말합니다.
소음 없이 자는 게 최선일까
중요한 것은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리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볼륨을 최소로 낮추고, 잠드는 데만 활용한 뒤 타이머로 꺼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소음이 수면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수면의 핵심은 ‘조용함’
잠을 돕는다고 믿었던 이것이 오히려 깊은 잠을 줄이고 있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과학적 근거는 ‘조용한 환경’이 수면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수면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새로운 소리를 더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자극을 하나씩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