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 개선 효과 있지만 과다 섭취 시 구토·발작 유발하는 독성물질

성인 하루 10알, 어린이 3알 넘기면 위험… 실제 응급실 실려 간 50대 사례

사진 : 은행 / unsplash.com
가을의 문턱인 9월이면 길가에 고약한 냄새와 함께 노랗게 익은 은행이 모습을 드러낸다. 혈액순환 개선과 면역력 증진에 좋다고 알려져 제철만 되면 일부러 찾아 먹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말만 믿고 방심했다간 큰일을 겪을 수 있다. 평소 건강하던 50대 남성이 볶은 은행을 두 주먹 정도 먹은 뒤, 잠자던 중 심각한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몸에 좋은 성분과 독성, 두 얼굴을 가졌다

은행이 가진 효능은 분명하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관을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레시틴은 혈관 속 콜레스테롤 제거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C와 뼈에 좋은 엘고스테린도 함유돼 있어 환절기 건강 관리에 이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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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독성물질이다. 은행에는 시안배당체와 메칠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이 함께 들어있다. 이 때문에 은행은 반드시 불에 익혀 먹어야 하며, 생으로 섭취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 독성물질은 과다 섭취 시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부터 심각한 신경계 문제까지 일으킨다.

중독 증상이 심해지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온몸이 뻣뻣해지는 전신강직간대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치명적인 간질 지속상태를 유발하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괜찮겠지 했던 두 주먹이 부른 비극적 결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학교실 논문에 보고된 58세 남성의 사례는 은행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평소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식사 때마다 볶은 은행을 4~5알씩 곁들여 먹는 습관이 있었다.

사건 전날 저녁, 이 남성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인 두 주먹가량의 은행을 먹었다. 이후 새벽에 잠을 자던 중 갑작스러운 구토 증세를 보였고, 10분 이상 지속되는 전신 발작을 일으켰다.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응급실에 도착했다.

‘나는 괜찮겠지’하며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익혀 먹더라도 섭취량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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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익힌 은행 기준으로 하루 섭취량을 성인은 10개 이하, 어린이는 3개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제철이라 맛과 향이 좋다고 해서 한자리에서 많은 양을 먹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