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이 읽은 그 책의 주인공…백세희 작가, 장기기증 후 영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7일 “백세희 작가가 지난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심장,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하며 마지막까지 사랑을 나눴다.
2018년 출간된 이 책은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떡볶이를 먹자”는 문장처럼, 절망 속에서도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방탄소년단(BTS) RM이 추천 도서로 언급하면서 더 큰 화제를 모았고, 국내 60만 부 이상 판매와 함께 25개국에 번역·수출됐다. 영국 출간 6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릴 만큼 국경을 넘어 사랑받았다.
백 작가는 이후 『나만큼 널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등으로 자신과 타인의 불안을 담담히 기록하며, 강연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슬퍼도, 불안해도, 살아 있는 한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에는 여성 작가 12인의 단편집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을 엮었고, 내년에는 유작이 된 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가 출간될 예정이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백세희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나눈 분”이라며 “그의 숭고한 결단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됐다. 따뜻한 글처럼 그의 마음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 세대의 마음을 어루만진 작가 백세희. 그녀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죽고 싶지만, 그래도 오늘은 떡볶이를 먹자.”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