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10만원 더 올랐다… 화이트 트러플 넣은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 출시
“인스타 인증용 VS 선 넘은 상술”… 치열해지는 특급호텔 연말 케이크 전쟁
신라호텔은 오는 24일부터 연말까지 판매하는 홀리데이 스페셜 케이크 라인업을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The Finest Luxury)’다. 가격은 50만 원. 지난해 40만 원에 출시돼 화제를 모았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보다 10만 원이나 더 올랐다. 호텔신라 역사상 가장 비싼 케이크이자, 국내 특급호텔 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최고가 수준이다.
하루 딱 3개, 돈 있어도 못 산다
이 케이크가 고가인 이유는 재료와 공정에 있다. 겨울철에만 자연산으로 맛볼 수 있는 귀한 식재료인 ‘화이트 트러플(흰 송로버섯)’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검은색 트러플보다 향이 진하고 채취량이 적어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식재료다. 케이크 외관은 거대한 트러플 모양을 형상화했는데, 초콜릿 장식을 반으로 가르면 그 안에 실제 생 화이트 트러플이 들어있다.신라호텔 관계자는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 재료 준비부터 숙성, 필링 제작까지 최대 7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정상의 이유로 하루 판매 수량은 단 3개로 제한된다. 희소성을 극대화해 소비자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헝거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신라호텔은 테디베어 디자인의 ‘더 조이풀 신라베어(35만 원)’, ‘화이트 홀리데이(18만 원)’ 등 다양한 가격대의 라인업을 함께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유튜버용 아니냐” vs “경험의 가치”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제 케이크 하나가 월세 수준이다”, “유튜버들 조회수 뽑기용 아이템 아니냐”, “서민들에게는 위화감만 조성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11만 원대 망고 빙수에 이어 케이크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자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반면 수요층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1만 원짜리 망고 빙수를 먹기 위해 여름마다 호텔 로비에 긴 줄이 늘어서는 것처럼, 50만 원 케이크 역시 조기 완판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를 사는 대신, 특별한 날 최고급 식음료를 즐기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SNS에 올릴 ‘인증샷’의 가치가 50만 원 이상의 효용을 준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일수록 초저가 상품과 초고가 상품만 살아남는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진다”며 “호텔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고가 메뉴를 통해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격전지가 된 ‘케이크 쇼케이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다른 특급 호텔들도 앞다퉈 초고가 케이크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35만 원짜리 ‘메리고라운드’ 케이크를 50개 한정으로 내놓았고,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역시 38만 원에 달하는 ‘2025 뤼미에르 블랑슈’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30만 원대 케이크를 출시했다.이제 호텔 케이크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섰다.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예술 작품이자, 소비자의 경제력과 트렌드 민감도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 5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이 달콤한 사치품이 올겨울 소비자들의 지갑을 얼마나 열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