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이후 전기 쓰면 더 나온다?
전기요금 진실 확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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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돌아와 세탁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켜고, 전기밥솥까지 사용하는 평범한 저녁 시간. 그런데 최근 온라인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전기를 쓰면 전기요금이 폭등한다”, “저녁에 세탁기 돌리면 요금이 50% 더 나온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유튜브 영상과 SNS 게시물에는 “이제 빨래는 낮에 해야 한다”, “퇴근 후 전기 쓰면 요금 폭탄 맞는다”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등장했다. 맞벌이 직장인이나 1인 가구 사이에서는 “그럼 도대체 언제 빨래하라는 거냐”는 불만도 이어졌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일반 가정집에서는 저녁에 세탁기를 돌린다고 해서 시간대 때문에 전기요금이 더 붙지는 않는다. 정부가 최근 개편한 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는 대부분 ‘산업용 전기’에 적용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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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전기 쓰면 요금 폭탄?”…왜 이런 말 퍼졌나

혼란의 시작은 지난달 발표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분산을 위해 산업용 전기에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핵심은 낮 시간대 전기요금은 낮추고,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오전과 낮 시간대가 가장 비싼 구간이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가 최고요금 시간대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저녁에 전기 쓰면 비싸진다”는 내용만 빠르게 확산되면서, 마치 일반 가정집에도 동일한 요금제가 적용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잇따라 “가정에서 오후 6시 이후 전기를 사용한다고 추가 요금이 붙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편 대상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용 전기와 일부 일반용·교육용 전기다.

즉 집에서 저녁에 세탁기를 돌리거나 청소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시간대만으로 전기요금이 오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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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용 전기요금은 여전히 ‘누진제’…진짜 중요한 건 사용량

현재 가정집 전기요금은 시간대별 요금제가 아니라 ‘누진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쉽게 말해 언제 전기를 쓰느냐보다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200kWh 단위로 구간이 달라지며,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전력량 요금과 기본요금이 함께 올라간다.

예를 들어 1단계는 kWh당 약 120원 수준이지만, 400kWh를 초과하는 3단계에서는 300원대까지 높아진다. 기본요금 역시 최고 구간은 가장 낮은 구간보다 훨씬 비싸다.

결국 전기세를 줄이려면 특정 시간대를 피하는 것보다 전체 사용량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특히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누진구간을 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다만 앞으로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도 시간대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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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가짜뉴스까지 등장…생활밀착형 혼란 커졌다

문제는 최근 AI 기술 발달로 정책 관련 가짜뉴스가 훨씬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저녁에 세탁기 돌리면 전기요금 50% 추가”, “밤에 전기 쓰면 과태료 수준으로 나온다” 같은 자극적인 영상이 조회 수를 끌고 있다. 일부 콘텐츠는 AI로 만든 이미지와 음성을 활용해 실제 뉴스처럼 꾸며져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런 생활밀착형 가짜뉴스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이슈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위 정보가 확인되면 게시물 삭제 요청이나 신고·고발 등 대응 기준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에도 쓰레기 분리배출 과태료 폭탄, 종량제봉투 사재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관련 허위 정보가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진 사례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제도처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일수록 일부 정보만 떼어낸 자극적인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현재 기준으로는 퇴근 후 세탁기를 돌린다고 해서 ‘시간대 때문에’ 전기세 폭탄을 맞는 일은 없다. 다만 에어컨·건조기·전열기기 사용이 동시에 늘어나 전체 전력 사용량이 커질 경우 누진구간을 넘길 수 있는 만큼, 진짜 중요한 건 ‘몇 시에 쓰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쓰느냐’에 가깝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