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재난급 날씨’ 현실 된다
낮엔 39도, 밤엔 열대야”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폭염특보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 폭염주의보·경보보다 훨씬 강력한 대응 체계가 적용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과 현장 대응까지 즉시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역시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폭염은 단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재난으로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번 조치는 2008년 폭염특보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기존에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이틀 이상 지속 예상’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폭염중대경보는 기준 자체가 훨씬 강력하다. 폭염경보 수준 지역에서 일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단 하루만 예상돼도 즉시 발령된다.
정부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야외 작업과 야외활동을 즉각 중단하도록 강력 권고할 방침이다. 건설현장과 물류센터, 농촌 작업장 등 폭염 취약 사업장에 대한 점검도 강화된다. 근로감독관뿐 아니라 ‘안전한 일터 지킴이’ 등 가용 인력까지 동원해 현장 지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폭염중대경보가 신설된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심해진 기후 변화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평균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1970년대 대비 2~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시간당 100㎜ 이상 쏟아지는 극한호우도 최근 2년 연속 15회 이상 발생하며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는 ‘열대야주의보’도 새롭게 운영된다. 폭염주의보 수준 이상 지역에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하루만 예상돼도 발표된다.
다만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준은 일부 달라진다.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와 해안·도서지역은 26도, 제주도는 27도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도시 열섬현상과 지역 기후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열대야는 단순히 잠을 설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밤에도 체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으면 심혈관계 부담이 커지고,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폭염 사망자 상당수는 낮보다 밤 시간대 건강 악화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취약계층 보호 체계도 강화한다.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야외 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을 신체적·경제적·사회적 기준에 따라 10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관리에 나선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생활지원사가 취약어르신 안부를 하루 1회 이상 확인하고, 에너지바우처 및 에어컨 설치·교체 지원도 확대된다. 무더위쉼터 역시 공공시설뿐 아니라 금융기관, 철도시설, 유통업체 등 민간 영역까지 확대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역시 평년보다 훨씬 더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2026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70%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 재발 가능성과 함께 강력한 열돔 현상이 겹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돔은 뜨거운 공기가 대기 상층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장기간 폭염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후 지속된 지구온난화, 엘니뇨, 열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트리플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 여름은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오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역시 전체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수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고 짧은 시간 강하게 퍼붓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하차도 침수심이 5㎝를 넘으면 즉시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홍수 위험 지역에는 40데시벨 경보음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도 발송된다.
정부는 올해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 동안 24시간 상황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의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폭염은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재난 단계에 들어섰다”며 “개인 역시 냉방시설 점검, 수분 섭취, 야외활동 조절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