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소송’ 또 평행선
‘1.3조 재산분할’ 또 합의 불발
최태원·노소영 추가 조정 예고

사진=생성형 이미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다시 한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조3808억원 규모 재산분할 판결을 파기환송한 이후 처음 열린 조정 절차였지만, 양측은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특히 최근 SK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주식 가치 상승분을 재산분할에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가 새 변수로 떠오르며, 조 단위 재산분할 다툼은 더욱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법원은 추가 조정기일을 다시 열기로 했고, 다음 기일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직접 마주할 가능성도 커졌다.
사진=아트센터나비
■ 노소영만 직접 출석…“다음 기일은 최태원 출석 가능한 날로”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는 13일 오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첫 조정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조정은 약 1시간 만에 종료됐다. 노 관장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직접 출석했지만, 최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리인단만 출석했다.

노 관장은 법정에 들어서며 “SK 주식이 세 배 넘게 올랐는데 상승분도 재산분할에 반영돼야 한다고 보느냐”, “300억원이 불법 자금이라는 대법원 판단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정 종료 후에도 “합의에 진전이 있었는지”,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줄일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답 없이 법원을 떠났다.

다만 노 관장 측은 “최태원 회장이 출석할 수 있는 날로 다음 조정기일을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사소송 특성상 조정 절차에서는 당사자 직접 출석이 원칙인 만큼, 두 사람이 2024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법정에서 직접 대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SK
■ 핵심 쟁점은 SK 지분…“특유재산” vs “성장 기여”

이번 파기환송심의 핵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최 회장 측은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대한텔레콤 주식이 현재 SK 지분의 출발점이 된 만큼, 이는 결혼 이전부터 형성된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노 관장의 기여와 무관한 개인 재산이라는 논리다.

반면 노 관장 측은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 대외 활동 등을 통해 SK 성장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2심에서 인정됐던 1조3808억원 규모 재산분할 판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최근 SK 주가 상승도 새로운 변수다. 실제로 SK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 금액을 산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 관장 측은 최근 시가총액 상승분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이는 반면, 최 회장 측은 애초에 해당 지분 자체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아트센터나비, SK
■ 대법원은 “노태우 비자금은 기여 인정 불가” 판단

앞서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 규모를 1심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위자료 역시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존재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설령 해당 자금이 실제 SK 측에 유입됐더라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불법 자금인 만큼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이혼 자체와 위자료 20억원 지급 부분은 그대로 확정됐다. 또 대법원은 혼인 파탄 시점을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한 2019년 12월로 판단하면서, 최 회장이 그 이전 동생 등에게 증여한 일부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리도 제시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실패했고, 2018년 정식 이혼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 역시 2019년 맞소송을 제기하며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단위 재산분할이 걸린 사건인 만큼 단기간 내 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조정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 있지만, 양측 입장 차가 워낙 큰 만큼 추가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