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관리 핵심은 첫 끼
의사들이 달걀·견과류 추천한 이유
최근에는 단순히 ‘적게 먹는 식단’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식습관이 건강 관리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견과류 한 줌, 삶은 달걀, 국산 잡곡처럼 혈당 변화를 완만하게 만드는 음식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국내 연구진은 혈당·혈압 관리에 도움을 주는 국산 잡곡 기술까지 개발하며 ‘메디푸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민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35.3%였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아침을 거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30대 결식률은 46.8%, 40대는 39.1%로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아침을 먹지 않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 공복 상태 뒤 달콤한 음료나 흰빵, 과자류로 급하게 첫 끼를 해결하면 혈당이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 이후 다시 혈당이 떨어지면서 피로감과 허기가 커지고 점심 과식이나 간식 섭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당뇨병학회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전단계 인구는 약 1400만명으로 추정된다. 성인 10명 중 4명꼴이다.
당뇨병전단계는 아직 당뇨병으로 진단되진 않았지만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방치하면 실제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농촌진흥청과 한국교원대 연구진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줬다. 하루 두 끼를 먹는 남성은 세 끼를 먹는 남성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16배 높았다. 특히 아침을 거른 남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1.22배 더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혈당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아침을 무조건 먹는 것’보다 첫 끼의 구성이라고 설명한다. 빈속에 단 음료와 정제 탄수화물을 먼저 넣는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는 습관이 혈당 변동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혈당 관리 식단에서 자주 언급되는 식품은 달걀과 견과류다. 삶은 달걀은 간편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대표 식품으로 꼽힌다. 식품영양성분DB에 따르면 삶은 달걀 100g당 단백질은 약 13.49g이다.
단백질은 탄수화물보다 소화·흡수 속도가 느려 포만감 유지에 유리하다. 바쁜 아침 크림빵이나 단 음료만 마시는 것보다 삶은 달걀 1~2개를 함께 먹는 편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견과류 역시 혈당 관리 식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내과 전문의 김태균 박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호두, 땅콩, 아몬드 같은 견과류는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견과류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단백질은 식후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인도 포티스 C-독 병원 연구팀이 비만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식사 전 아몬드 20g을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식후 혈당이 약 10% 낮게 나타났다.
다만 건강식이라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금물이다. 견과류는 열량이 높은 식품인 만큼 하루 한 줌 정도가 적당하다. 설탕이나 초콜릿 코팅 제품은 오히려 혈당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혈당 관리 관심이 커지면서 국산 잡곡도 새로운 기능성 식품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최근 항당뇨·항고혈압 효능이 우수한 국산 잡곡 혼합비율 설정 기술을 개발해 식품업체에 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능성이 우수한 국산 잡곡 원료를 선별해 최적 혼합비율을 찾았고, 관련 특허도 등록했다. 현재까지 총 10건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으며 이를 활용한 특수의료용도식품 음료, 고령친화식품 냉동밥, 혼합곡 제품, 선식·죽·떡·과자 등이 출시됐다.
특히 혈당·혈압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를 위한 ‘메디푸드(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단순 건강식이 아닌 맞춤형 영양식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2012년 9.7%에서 지난해 13.3%까지 상승했다. 고혈압 유병률도 같은 기간 26.3%에서 27.7%로 높아졌다.
농진청은 앞으로 국산 잡곡을 간편식과 기능성 식품, 메디푸드 시장까지 연결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혈당 관리의 핵심은 거창한 식단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아침 공복 뒤 단 음료 대신 삶은 달걀이나 무가당 요구르트, 견과류 한 줌을 먼저 먹는 습관만으로도 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