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오이 냉동실에 넣었다면 빼세요”
얼리면 안 되는 식재료
냉동 보관과 특히 궁합이 나쁜 식재료는 수분이 많은 채소다. 상추와 오이, 셀러리 등이 대표적이다.
싱싱할 때는 아삭하지만 얼렸다 녹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식재료 속 수분이 얼면서 조직에 영향을 줘 해동했을 때 흐물흐물해지기 쉽다.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을 생각이라면 냉동 보관을 피하는 편이 낫다.
토마토도 비슷하다. 냉동한 토마토를 해동하면 생토마토 특유의 단단한 식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토마토소스나 수프, 카레처럼 가열해 사용할 목적이라면 냉동 보관해 활용할 수 있다. 결국 같은 식재료라도 ‘나중에 어떻게 먹을 것인지’에 따라 냉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치즈도 종류에 따라 주의해야 한다. 크림치즈나 리코타치즈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중요한 치즈는 얼렸다 녹이면 수분이 분리되거나 질감이 달라질 수 있다.
바삭함이 생명인 튀김도 냉동과 해동을 거치면 처음의 식감을 그대로 살리기 어렵다. 남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냉동실부터 찾기보다 다시 먹었을 때 맛이 유지될 식재료인지 따져보는 게 먼저다.
냉장고 문 쪽에 흔히 있는 마요네즈와 일부 드레싱도 냉동실물과 기름이과는 맞지 않는다. 섞인 유화 상태의 식품은 얼렸다 녹이는 과정에서 분리돼 덩어리가 생기거나 원래의 질감을 잃을 수 있다.
껍질째인 날달걀도 그대로 냉동하면 안 된다. 내용물이 얼면서 팽창해 껍데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달걀을 장기간 보관하겠다고 냉동실에 통째로 넣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커피 원두 역시 ‘얼리면 오래가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복적인 냉동과 해동은 피하는 편이 낫다. 온도 변화 과정에서 수분과 냄새에 노출되면 원두 고유의 향과 맛이 떨어질 수 있다. 냉동 보관한다면 사용할 양만큼 나눠 밀폐해 반복해서 꺼냈다 넣는 일을 줄이는 것이 낫다.
반대로 냉동실에 두기 좋은 식재료도 있다. 바쁜 날 바로 꺼내 조리하기 좋은 냉동 새우와 닭가슴살을 비롯해 베리류, 시금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냉동 과일이나 채소는 제철에 수확한 제품을 손질해 얼려두면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냉동에 적합한 식재료라고 해도 무기한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하는 식품별 냉동 보관 기준을 보면 익히지 않은 생선과 해산물은 약 3개월, 익힌 생선은 1개월, 햄·베이컨 등 가공육은 2개월 정도다. 익히지 않은 쇠고기는 1년, 채소와 과일은 8~12개월 정도가 제시된다.
중요한 것은 이 기간을 ‘이날까지 무조건 안전하다’는 유통기한처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보관 온도와 포장 상태, 냉동 전 식재료 상태 등에 따라 품질은 달라질 수 있다.
냉동실을 자주 여닫거나 식재료를 제대로 밀봉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냉동실 안에서 음식 냄새가 뒤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음에서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는 것도 냉동실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얼음은 주변 냄새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김치와 반찬, 육류, 생선 등을 제대로 밀폐하지 않으면 냄새가 밸 수 있다. 얼음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오래된 얼음을 버리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냉동실 속 오래된 식재료를 정리하고 선반과 벽면까지 함께 청소하는 것이 좋다.
냉동실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최근 식재료를 비롯한 먹거리 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89만1417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40%에 해당하는 소득 2분위 가구는 월평균 65만7000원을 식비로 지출해 1년 전보다 6.9% 늘었다. 소득 1분위 역시 47만3000원으로 6.1% 증가했다.
식재료 가격이 부담스러워질수록 싸게 사는 것만큼 제대로 보관해 끝까지 먹는 것도 중요해진다. 냉동실 깊숙한 곳에서 몇 달째 잠들어 있는 식재료를 발견하고 결국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일단 얼리고 보자’는 습관부터 바꿔볼 만하다.
오늘 냉동실을 한번 열어보자. 언제 넣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고기와 생선, 성에 낀 채소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냉동실이 식재료를 지켜주는 창고가 아니라 잊어버리는 창고가 된 것은 아닌지 점검할 때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