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넣어도 안 까지던데?”
밤 껍질 벗기는 핵심은 따로 있었다
가을이면 마트와 시장에서 알이 굵은 햇밤이 눈에 띈다. 포슬포슬하게 익은 밤은 달고 고소하지만 막상 한 봉지를 사 오면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껍질이다.
겉껍질을 힘겹게 벗겼더니 얇은 속껍질이 알맹이에 딱 달라붙고, 칼로 긁다 보면 멀쩡한 밤살까지 절반 가까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다. 밤을 삶을 때 소금을 넣으면 잘 까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껍질을 수월하게 벗기려면 냄비에 넣기 전과 꺼낸 뒤 과정까지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밤을 사 오자마자 냄비에 넣고 삶는다면 한 단계만 추가해보자. 먼저 밤을 깨끗하게 씻은 뒤 물에 충분히 담가두는 것이다.
물에 불리면 단단한 겉껍질이 수분을 머금어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후 칼집을 내기도 쉬워지고 익힌 뒤 껍질을 벗기는 과정도 수월해진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찬물에 충분히 담가두고, 급하다면 따뜻한 물을 이용해 껍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밤 상태도 함께 확인하면 좋다. 껍질에 구멍이 있거나 곰팡이, 변색 등이 보이는 밤은 먼저 골라낸다. 물에 떴다고 무조건 상한 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속이 말랐거나 충해를 입었는지 따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소금물에 밤을 담가 선별하는 방법도 널리 활용된다. 다만 소금 자체가 속껍질을 마법처럼 떨어뜨리는 비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껍질을 쉽게 벗기는 데는 불리는 과정과 칼집, 익힌 뒤 처리까지 여러 단계가 영향을 미친다.
충분히 불린 밤에는 칼집을 낸다. 밤의 평평한 밑부분이나 볼록한 부분에 십자 형태로 얕게 칼집을 내면 익는 동안 껍질이 벌어질 틈이 만들어진다.
다만 생밤은 표면이 둥글고 단단해 칼이 미끄러지기 쉽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리하게 칼집을 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을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속살까지 깊게 자르기보다는 껍질에 틈을 만든다는 정도로 조심스럽게 칼집을 낸다.
손질한 밤은 삶거나 찐다. 냄비에 삶는다면 밤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충분히 익히고, 찜기를 사용할 때는 김이 오른 뒤 밤 크기에 맞춰 속까지 익혀준다. 밤의 크기와 양, 조리기구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시간을 무조건 맞추기보다는 가장 큰 밤 하나를 꺼내 속까지 익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밤이 다 익으면 냄비에서 꺼내 그대로 완전히 식혀버리기 쉽다. 하지만 껍질을 벗길 목적이라면 이때가 중요하다.
뜨거운 밤을 건져 찬물에 잠깐 담가 열기를 식힌다. 이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껍질을 벗긴다. 칼집을 낸 부분부터 겉껍질을 들어 올리면 손질하지 않은 밤보다 벗기기가 한결 편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밤을 완전히 차갑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먹을 만큼 몇 알씩 꺼내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 때 겉껍질과 속껍질을 함께 벗기는 편이 수월하다. 밤의 품종과 신선도 등에 따라 속껍질이 붙어 있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어 모든 밤이 통째로 ‘쏙’ 빠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밤 껍질과 씨름하지 않는 방법은 특별한 재료 하나에 있지 않다. ‘물에 불리기→칼집 내기→충분히 익히기→찬물에 잠깐 식히기→따뜻할 때 벗기기’ 순서를 기억하면 된다.
한꺼번에 많은 밤을 삶았다면 보관법도 중요하다. 삶거나 깐 밤은 생밤보다 오래 두기 어려워 금방 먹을 양만 냉장하고 나머지는 냉동하는 편이 편리하다.
삶은 밤은 충분히 식힌 뒤 물기를 제거하고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한다. CJ온스타일의 밤 보관 가이드에서는 깐 밤이나 삶은 밤은 밀폐해 냉장하고 2~3일 안에 먹는 것을 권한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한 번 먹을 양씩 나눠 냉동하는 방법이 있다.
밤밥이나 밤죽, 조림에 사용할 예정이라면 껍질을 벗긴 상태로 소분해 냉동해두면 활용하기도 편하다.
가을밤 한 봉지를 앞에 두고 껍질부터 걱정했다면 이번에는 소금 한 스푼에만 기대지 말자. 삶기 전 물에 불리고 칼집을 낸 뒤, 다 익은 밤은 찬물에 잠깐 식혀 온기가 남았을 때 벗기는 것. 재료를 더 넣는 것보다 조리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이 밤 껍질과의 씨름을 줄이는 방법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