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이 건넨 ‘잠시 멈춤’의 선물
분주한 일상으로 쌓여가는 고됨이 몸과 마음을 눌러도, 동해바다 생각을 하면 가벼워진다.
묘하게도 나에게 동해바다는 푸르고, 짙고, 거칠다.
낚시대를 들고 동해로 향했다. 푸르고 짙고 웅장한 동해바다가 고팠고, 갓 잡아 올린 은빛 고기의 반짝임이 그리웠다.
대진항으로 향하기 전, 묵호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십 년은 족히 된 듯한 노포집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간판과, 문을 열어 확인하기 전에는 영업 중인지 알 수 없는 허름한 식당.
허기를 채우고, 대진항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따던 순간 하늘 끝이 환하게 빛이난다.
그곳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해바다의 모습을 드리우고 있었다.
하나만으로도 벅찬 무지개가, 그 위에 또 하나의 곡선을 그리며 겹겹이 서 있다. 마치 누군가 바다와 하늘 사이에 비밀스러운 문을 두 겹으로 걸어놓은 듯.
첫 번째 반사로 선명한 주무지개가, 두 번째 반사로 색의 순서가 거꾸로 된 희미한 보조 무지개가 나타난다. 빛과 물방울, 그리고 하늘의 각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만 볼 수 있는, 자연의 우연이 만든 기적이었다.
바다는 여전히 출렁였고, 파도 소리는 부드럽게 가슴을 두드렸다.
하늘은 무지개의 끝을 바다 속으로 집어넣으며, 마치 ‘여기서 잠시 쉬어도 좋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해가 기울며 무지개는 서서히 사라졌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는 여전히 동해의 파도가 보였다.
오늘 낚시에서 잡은 고기보다, 귀한 것을 얻었다.
그것은 ‘잠시 멈춰 설 용기’였다.
자연이 건넨 쌍무지개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아무리 고된 하루도, 잠시 멈추고 올려다보면
하늘은 언제든 새로운 빛을 내려준다는 것.